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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화학]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대의 도래 1

[월간화학]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대의 도래 1
-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란? - 

진정일 (고려대 명예교수, 전 IUPAC 회장)

✒️’월간 화학’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로 외부 필진의 화학 칼럼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급속히 신장한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는 우리들에게 소위 ‘플라스틱 시대’를 열어주었다. 플라스틱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주는 의학적 장치부터, 자동차와 비행기 등 운송 장비들의 경량화, 스포츠 및 안전 장비들의 안정성 증대, 사용이 편하고 효율적인 포장재들과 사용이 간편한 용기 등 다양한 용도를 점령하고 있다. 플라스틱 또는 합성 고분자 재료는 신소재를 대표하게 되었다.  

 

 

01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중요성 대두

   

이미지 출처: Our World in Data; OurWorldinData.org/plastic-pollution

지난 1950~1970년대까지만해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그리 크지 않았다. 1950년의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백만톤에 불과했다. 그러나 1970~1990년대에는 플라스틱 폐기량이 3배로 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지난 40년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소비되었다. 2010년에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2억7천만톤이었으나 10년 후 2020년에는 4억톤에 육박했다. 매해 폐기물의 양은 생산량을 능가한다. 이는 전에 생산된 제품들의 소비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증가 추세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누적 생산량은 어마어마하다. 이들 플라스틱이 대부분 비분해성 제품인 점을 생각하면 현명한 소비 정책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2015년 기준으로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55%는 단순 폐기, 25%는 소각, 20%는 재사용으로 단순 폐기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폐 플라스틱에 의한 자연과 환경오염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오늘날 플라스틱 생산량의 약 40%는 일회용(예컨대 플라스틱 백, 식품 포장용 등)으로 소비되며, 소재에 따라 100년 이상씩 자연계에 잔류가 가능하다. 2050년경에는 소각이 약 50%, 재활용 44%, 단순 폐기 6%가 될 것이 예상된다.


매해 약 8백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양으로 흘러 들어 간다. 해양 연안 국가들 뿐만 아니라 내륙 지방의 강물을 통해서도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바다로 이동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잘게 부서지면 소위 마이크로 플라스틱으로 해수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도 떠다니는 오염물질로 변한다. 이런 오염물은 조류를 포함한 육지의 동물세계에서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폐기물의 관리를 개선하고 재활용을 증가시키고, 소비를 줄임과 동시에 자연계와 동식물계에서 무해 물질로 분해가 가능한 고분자 재료 또는 소재들의 개발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02

‘생분해성’이란?

  

이미지 출처: 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 산업동향

 ‘생분해성’은 박테리아와 진균(곰팡이 등) 같은 미생물들에 의해 분해되는 성질을 뜻한다. 토양, 해양 및 자연계에서 분해됨을 의미한다. 좁은 의미에서는 퇴비화를 포함시키지 않지만, 넓은 의미로는 퇴비화도 포함시켜 말한다. 자연적(천연적) 과정과 인위적 과정을 분리하느냐, 모두 포함시키냐의 차이에 기인한다.


생분해 과정은 생변패(biodeterioration, 구조의 기계적 약화), 생단편화(biofragmentation, 미생물에 의한 분해), 동화(assimilation, 새로운 세포계에 포함됨)의 세 단계적 변화를 거친다. 원칙적으로 모든 유기물들은 생분해성을 보여주지만 그 분해 속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EU)은 6개월 이내에 원래 물질이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90% 이상 CO2, 물과 광물질*)로 분해되어야 생분해성을 지닌다고 정의한다. 


생변패는 표면 수준의 분해로 물질의 기계적, 물리, 화학적 성질의 변화를 유발하며 비생물학적 인자에 노출되었을 때(압착, 빛, 온도 및 화학약품 등의 영향) 관찰되는 변화다. 이에 비해 생단편화에서는 고분자 내의 결합의 절단에 의해 소중합체**(oligomer)와 단량(위)체를 생성한다. 또 분해 반응이 호기성으로 진행되는지 혐기성으로 진행되는 지에 따라 생성물에도 차이가 난다. 호기성(산소 존재)에서는 CO2, 물, 잔류물 및 새로운 바이오 매스를 만들며, 혐기성 환경에서는 메탄을 만든다. 또 혐기성 분해가 호기성 분해보다 느리지만, 폐기물의 부피와 질량을 더 효과적으로 줄이며 천연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재생 에너지를 염두에 둔 폐기물 관리 시스템에 더 많이 사용한다. 마지막 동화 단계에서는 생분해로 생긴 생성물이 자연계 미생물 세포에 동화된다. 


해양에서 종이수건 생분해에는 2~4주, 면장갑 2~5개월, 플라스틱 백 10~20년, 플라스틱 병 100년이 걸린다. 반면 육지 환경에서는 야채는 5일~1개월, 종이 2~5개월, 나일론천 30~40년, 스티로폼 컵 500년 이상, 플라스틱 백 500년 이상 걸려야 완전히 분해가 된다. 

*광물질: 생물체를 구성하는 원소 중 탄소·수소·산소 등의 3원소를 제외한 나머지 원소를 총칭. 무기질 또는 미네랄이라고도 함.
**소중합체: 분자량이 비교적 작은 중합체

 

 

03

생분해성 플라스틱 최초의 기록  

 

이미지 출처: 구글 Books, scotchem.ac.uk

생활 전반에 쓰이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넓게는 생분해성 고분자 재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생분해성 고분자의 식용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녹말, 셀룰로오스, 단백질 등이 모두 생분해성 천연 고분자들이기 때문이다. 생분해성 고분자의 이용의 역사도 2000년이나 된다. 적어도 서기 100년 이전에 수술 봉합사*를 양의 장(창자)을 이용해 사용했다는 기록이 비비안 너튼(Vivian Nutton)의 책(2012), ‘Ancient Medicine’에 나온다. 최근까지만 해도 소, 양, 염소 등의 소장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정제하여 수술 봉합사를 만들어 사용했다. 


그 후 흔히 박테리아 폴리에스테르의 원조라 불리우는 PHA(Polyhydroxyalkanoate, 폴리히드록시알카노에이트)는 1888년에 발견되었으나, 화학적으로는 프랑스 미생물학자 모리스 르무아뉴(Mauriace Lemoigne)가 1926년에 박테리아(Bacillus megaterium)에서 분리해 그 구조를 밝혔다. 1983년에는 영국의 ICI사가 가공이 용이한 PHBV(poly(3-hydroxybutyrate-co-3-hydroxyvalerate))를 박테리아를 이용해 천연적으로 합성해 Biopol(바이오폴)이라는 상품명으로 시판하기 시작했다. 


이 생분해성 폴리에스터는 생분해성은 물론 무독성, 생체적합적 플라스틱으로 열가소성이다. PHBV는 포장재, 정형외과적 장치, 약물의 조절된 방출용에서 사용된다. 물론 PHBV는 자연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된다. PHBV는 3-히드로시부탄산과 3-히드록시펜탄산의 공중합체로 화학적으로 합성이 가능하며, 유전자 재조합한 대장균(E.coli)에서 글루코스(glucose)와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으로부터 만든다. 유전자 변형시킨 식물(담배 등)으로도 합성이 가능하다. PHBV는 폐기되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된다. 가수분해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의학용으로 적합하다.

*봉합사: 외과수술에서 조직의 손상부를 봉합하는 데 쓰이는 의료용 실

 

 

04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분류

   

 

생분해성 고분자의 화학구조적 특징과 출처에 따른 분류는 위 그림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생분해성 고분자들은 에스테르, 아미드, 에테르 결합을 지니며, 천연 고분자인 다당류, 단백질과 미생물이 합성하거나 인공적으로 합성된 생고분자가 이에 속한다. 이들 고분자 물질들의 분해는 사슬 중간보다는 말단기에서 더 잘 일어난다. 말단기의 수는 분자량이 낮을수록 많으므로 필요 이상으로 큰 분자량이 필요 없게 된다. 수분이나 효소들의 접근이 쉬워야 하므로 친수성이 크고, 결정성은 낮아야 한다. 이외에 독성이 없고, 분해되기 전까지 기계적 강도를 유지하고, 분해 속도의 조절이 가능하기를 원한다. 이들의 인공적 합성에는 축합 중합, 고리열림 중합(ROP, ring-opening polymerization), 금속촉매 중합 등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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