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화학] 커피 한잔 속 카페인 함량은 어떻게 잴까?
과학쿠키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쿠키’ 유튜브 채널 운영자)
✒️’월간 화학’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로 외부 필진의 화학 칼럼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
바쁜 일상 속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며 끊임없는 스케줄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현대인들이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 바로 ‘커피’입니다. 한 잔의 커피는 일상을 시작하게 하고, 때로는 잠시나마 업무로부터의 해방감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번쯤은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카페인! 정말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요? 그리고 어느 정도의 양을 과다 섭취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커피에 든 카페인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01
카페인 각성효과에 담긴 화학의 비밀
카페인의 화학 구조
먼저, 카페인이 어떤 성분인지부터 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카페인(Caffeine)은 메틸잔틴(Methyl Xanthine)이라는 기본적인 화학 구조에서 파생된 물질입니다. 잔틴(Xanthine)은 대부분의 인체 조직과 분비액에서 찾아볼 수 있는, 퓨린(Purine)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는 물질이죠. 우리 몸의 생체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는 ATP, 세포 내 에너지 전달에 사용되는 GTP, 세포 호흡에 사용되는 NADH와 같은 생체 분자 뿐만 아니라, DNA 염기 서열을 구성하는 아데닌과 구아닌에서도 퓨린 구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퓨린은 특별히 퓨린작동성 수용체에 작용하여, 해당 수용체로부터의 반응을 유도할 수도 있는데요, 우리 몸의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아데노신이 바로 이 퓨린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여 중추신경계를 이완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긴장을 이완하고 편안한 휴식 및 수면을 돕는 효과를 만들죠.
카페인의 각성 효과
그런데 문제는 바로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는 기본 구조인 메틸잔틴, 즉 아데노신의 퓨린 구조와 생김새가 쏙 빼닮았다는 점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인체가 쉼을 요구하고, 졸음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카페인이 체내로 유입되게 되면 본래 아데노신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여 나타날 효과를 카페인이 대신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방해하고, 이로 인해 몸이 마치 피로하지 않은 것 같은 착각이 나타나게 됩니다. 소위, 각성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카페인은 뇌 속에도 작용하여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뇌와 중추신경에 적당한 긴장 상태를 유지시키기도 하죠.
02
카페인의 빛과 그림자
카페인의 부작용
이와 같이 카페인은 체내의 주요한 신경전달물질과 경쟁적인 억제제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 복용하게 되었을 때 몇몇 부작용들을 나타내기도 하고, 도파민의 촉진을 돕기 때문에 카페인 의존성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카페인을 과잉 섭취하였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크게 5가지 신체 기관으로 분류해 제시하였습니다.
먼저 눈의 경우, 잠시 동안 집중력이 향상될 수 있으나 시간이 경과할수록 피로가 빠르게 누적될 수 있음을 소개했습니다. 다음으로 간의 경우 철분 흡수를 방해하여 빈혈을 유발할 수 있음을, 장내에서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여 성장 저해를 유발함을, 심장에서는 중추신경을 긴장하게 하여 심장박동을 증가시킴으로써 가슴 두근거림과 혈압 상승 효과를, 마지막으로 뇌에서는 각성 상태를 유지시켜 불면증, 행동불안, 그리고 심한 경우 정서장애를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체내 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의존성을 만드는 카페인을 함유한 커피를 먹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위험하다고만 하기엔 카페인은 우리와 가까이에서 늘 함께 하고 있거든요. 우리 주변만 봐도 온통 커피숍으로 둘러싸여 있는 걸 알 수 있잖아요? 게다가 카페인은 사실 커피 말고도 다양한 종류의 기호 식품 속에 어느 정도 첨가되어 있습니다. 초콜릿, 차, 콜라, 두통약, 에너지드링크, 그리고 헬스 보충제 등에서도 카페인을 찾아볼 수 있죠. 때문에 카페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카페인의 순기능과 일일 권고량
카페인의 위험성을 나열하고 경고한 뒤, 섭취를 피할 수 없다니! 정말 큰일이겠군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했을 시, 이뇨 작용의 활성화를 통해 체내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고, 피로를 해소하며, 각성 효과로 인해 정신을 맑게 유지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콜레스테롤이 알고 보니 모든 동물 세포의 세포막에서 발견되는 가장 중요한 지질들 중 하나이며 오히려 적당한 양을 꾸준히 섭취해야만 했던 물질인 것처럼 말이죠. 때문에 식약처에서는 카페인에 대한 과유불급을 피하고자 일일 최대 섭취 권고량을 정해뒀습니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는 약 400mg, 여성 및 임산부 기준으로는 약 300mg으로 고지하고 있죠.
03
카페인 추출 실험하기
카페인 추출을 위한 준비물
그런데 궁금합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대체 얼만큼의 카페인이 들어 있을까요? 화학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몇 가지 실험 장치들과 시약들을 이용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속의 카페인을 추출해볼 수 있습니다. 분별깔때기와 소금물, 유기용매인 다이클로로메테인과, 수분을 제거하기 위한 무수황산마그네슘, 그리고 감압 필터를 준비하면 됩니다. 깔때기와 소금물, 그리고 감압필터까지는 어떻게 구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이클로로메테인과 무수황산마그네슘은 일반인이 취급하기는 어려운 화학 물질입니다. 그래서 카페인을 추출하는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커피에서 카페인 추출하기
먼저 분별깔때기에 추출하고자 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넣고 소금물과 충분히 섞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용액을 만듭니다. 다음으로 다이클로로메테인을 섞은 용액 안으로 넣고 골고루 섞습니다. 다이클로로메테인은 대표적인 소수성 물질이기 때문에 아무리 섞는다고 해도 두 물질은 결국 층을 만들며 분리되는데요, 그러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용액 속 카페인은 물보다 유기 용매에 더 잘 녹아들기 때문에 다이클로로메테인과 물이 만드는 표면을 통해 다이클로로메테인 쪽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카페인이 충분히 다이클로로메테인으로 모두 넘어 올 만큼 잘 섞었다면, 두 용매 물질이 완전히 분별되도록 가만히 내버려둡니다.
두 용매가 하나의 층을 만들며 완전히 분리되면, 분별깔때기를 이용해 다이클로로메테인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용액을 잘 분별해줍니다. 이렇게 분별된 다이클로로메테인에 무수황산마그네슘을 넣고 섞으면 무수황산마그네슘이 용액 속 수분을 남김없이 흡수하면서 결정 형태로 변하게 됩니다. 이를 활용해 남은 물을 전부 걷어낼 수 있는데, 일단 무수황산마그네슘 결정이 만들어지고 나면 결정과 용액을 한번 더 거름종이 등을 활용해 분리해야 합니다. 이 때 감압필터가 있으면 빠르고 확실하게 결정와 용매를 분리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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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2잔이 카페인 섭취 일일 권고량
커피 2잔이 카페인 섭취 일일 권고량
결정과 용매를 분별해냈고, 실험이 이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우리는 다이클로로메테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분량의 카페인을 완벽하게 추출해내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제 남은 다이클로로메테인을 기화시키게 되면 카페인만 남길 수 있습니다.
커피 전문점마다 용량 차이는 다소 있으나, 일반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중간 사이즈 용량은 약 473ml이며, 여기에는 약 200mg 정도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성인 권고량 400mg을 감안한다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간 사이즈 약 2잔 분량이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인 셈입니다. 재미 삼아 추출했던 이번 실험 사례에서는 약 190mg 정도의 카페인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했지만, 순도가 100%인 카페인을 추출해내기 위해서는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추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몇 불순물이 포함된 양일 것입니다.
널리 이용되는 유기용매 추출법
이와 같이 유기 용매를 활용하여 특정 물질을 추출하는 화학적 방법은 다방면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에 실제로 녹아 있는 카페인의 함량을 알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됨은 물론, 노화방지, 피부미용, 또는 질병 치료에 활용되는 천연 식물 내에서 해당 작용을 만드는 물질을 추출해 그 분자구조를 살펴보고, 이것을 의약품으로 만드는 과정의 핵심적인 화학 기법이죠. 이와 같은 방법이 없었다면 우리는 커피 1잔에 얼만큼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카페인에 담긴 화학의 비밀, 어떠셨나요? 오늘만큼은 카페인의 정량을 넘지 않는 선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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