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파이프에서 플라스틱 파이프로

 

지어진 지 30년이 훌쩍 넘은 집에 살게 된다면 누수와 녹물로 한 번쯤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1994년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들은 수도·온수 배관으로 강철로 만든 관이나 구리, 금속 파이프를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금속 파이프가 아닌 플라스틱 파이프를 설치했더라면 필터 교체 비용이나 녹물에 따른 건강 걱정 없이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오늘은 금속 파이프에 비해 환경친화적이면서 더 편리한 플라스틱 파이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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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 많은 플라스틱 파이프

   

 

전통적으로 사용되었던 금속·콘크리트 파이프를 대체하는 플라스틱 파이프의 재료로는 폴리에틸렌(PE), 가교폴리에틸렌(PEX), 폴리프로필렌(PP), 폴리비닐클로라이드(PVC), 폴리아마이드(PA)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파이프는 친환경성, 작업 편의성, 저렴한 비용이라는 장점이 있어 노후된 금속 파이프를 대체하거나 도시 인프라 건설 재료로 그 사용량이 점차 늘고 있죠. 지금부터 플라스틱 파이프의 장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플라스틱 파이프의 첫 번째 장점은 바로, 금속 배관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것인데요. 플라스틱 파이프는 매우 가벼워서 제품 공장에서 사용자의 공간까지 이동하는데 필요한 운송비와 탄소 가스 배출량이 줄어듭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부식으로 인한 식수 오염을 막을 수 있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세제, 락스, 표백제와 같은 강산성의 세정 제품 등의 화학 물질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 파이프는 금속 배관에 비해 유연해서 장애물의 굴곡에 따라 상황에 맞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속 배관을 연결하는데 필요한 장비는 무겁고 용접하는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연결 품질이 크게 좌우되지만, 플라스틱 파이프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작업하면 작업자의 숙련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높은 연결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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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로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플라스틱 재료 중 폴리프로필렌(PP)은 1954년 이탈리아 과학자 줄리오 나타(Giulio Natta)가 PP 중합 프로세스를 상업화 단계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촉매 기술을 마련한 이후로, 첨가제와 중합 프로세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파이프의 용도로 PP 재료가 소개된 것은 60년대에 PP-H(Homopolymer) 제품이 처음입니다. 그 이후, 70년대에는 하수관 용도로 사용된 비압력식 PP-B(Block) 파이프가 등장했고, 80년대에는 냉온수관용으로 압력식 파이프인 PP-R(Random) 파이프가 사용되었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PP 파이프 재료 중 PP-R 파이프가 수도 배관/HVAC(공기조화기술)*/식품/화학 산업 등의 용도로 대다수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HVAC(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공기조화기술): 난방, 환기, 냉방을 통해 건물이나 차량의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해주는 공기조절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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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용할 수 있는 냉온수관용 PP-R 파이프

   

 

냉온수관은 일정한 온도와 수압을 긴 시간 동안 견뎌야 합니다. 또한, 설치·보관 시 발생되는 충격에 대한 저항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강성과 내충격성의 적절한 균형을 갖는 재료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PP 재료는 폴리에틸렌(PE), 폴리비닐클로라이드(PVC)보다 녹는점이 높아 사용할 수 있는 온도 구간이 높고, 강성이 좋아 냉수관뿐 아니라 70도의 물을 일정한 압력으로 수송하는 온수 또는 난방관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PP-R은 프로필렌과 에틸렌의 중합 과정을 거쳐 생성된 프로필렌-에틸렌 랜덤 코폴리머를 의미하는데요. 산업용 배관에서 사용되는 PP-H 재료에 비해 고압에서의 내수압성은 다소 열세하지만, 낮은 수압에서는 다른 재료와 달리 파괴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50년 이상으로 매우 길어서 냉온수관 용도에 적합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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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한 PP-RCT 파이프 

 

차세대 PP-R 재료로 각광받는 PP-RCT 파이프는 기존 PP-R 재료 대비, 고온 장기 내수압성이 매우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수압 성능 평가 시험은 파이프 내부에 특정 수압을 가했을 때 파괴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그 시간 데이터로 판단하는데요. 방정식에 대입하여 계산하면 50년 동안 파괴되지 않고 버티는 최소 수압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온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일정 압력을 가하면 고분자의 변형과 산화로 인해 고분자 분자간의 미세한 균열이 발생합니다. PP-R의 경우 70도, 3.15 MPa 압력에서 50년정도 견딜 수 있죠. 하지만 PP-RCT는 PP의 결정 구조를 제어하는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약 1.6배에 달하는 높은 압력까지 견딜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PP-R 재료 대비 두께나 외경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PP-RCT가 시장에 등장한지 약 20년이 지난 결과, 고온수나 고압 냉수를 운송하는 고층 건물, 상업용 건물의 냉온수관 용으로 사용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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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가공 기술의 발달 

 

최근에는 우수한 PP-RCT 재료의 특성과 더불어, 파이프 가공 기술의 발달로 유리 섬유와 같은 복합 제품을 적용한 다층 파이프가 개발되어 기존 단층 PP 파이프로는 적용하지 못한 영역까지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 대학에서는 보일러가 있는 유틸리티 건물에서 개별 건물로 지하 공급·회수 라인을 따라 흐르는 난방용 온수관으로 PP-RCT 재료를 선정했는데요. PP-RCT에 유리 섬유를 넣은 강화된 재료를 사용하여 수평 지향성 굴진(Horizontal Directional Drilling, HDD) 공법으로 설치한 것이 그 특징입니다. 

이 공법은 일반 파이프의 지하 매설 공사와 달리 주변의 나무나 풀들을 제거할 필요가 없고, 드릴 헤드로 파이프가 지나갈 자리를 뚫으면서 파이프가 설치됩니다. 따라서 선로 주변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주차장, 도로에 훼손이 발생하지 않고 공사 기간과 인건비가 줄어들게 되어 경제적인 효과가 있죠. 또한, 금속 배관 대신 습기가 많은 토양의 부식성을 견딜 수 있고 열전도도가 낮아 공급 도중에 발생하는 열 손실이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금속 파이프의 노후화로 인해 장점이 많은 플라스틱 파이프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인해 친환경 플라스틱 파이프 제품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죠. 우리가 거주하는 주택뿐 아니라 마을 인프라 전체가 환경 가치를 고려한 상품으로 계속 발전해갔으면 좋겠습니다. 

(글: 한화토탈에너지스 정현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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