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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크리스마스 케빈의 트랩 속 화학

12월에 접어들며 들려오기 시작하는 캐롤과 연말 분위기는 왠지 모르게 우리를 들뜨게 하죠. 올 겨울 크리스마스, 여러분은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꼭 브라운관을 통해 찾아오는 귀여운 손님과 함께 하루를 보낼 생각을 하시나요? 


산타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우리들의 꼬마손님, 바로 케빈이죠! 그런데 알고보면 케빈의 장난끼 어린 표정과 그에게 매번 당하는 도둑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뒤엔 화학이 숨어 있답니다. 여덟 살 꼬마 케빈이 성인 남자 2명의 도둑들을 따돌릴 수 있었던 기막힌 트랩 속에 숨겨진 화학은 무엇일지 그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한번 알아볼까요?

 

 

01

미끄러지는 이유? 물과 얼음이 공존하는 신기한 물층현상

   

여기 크리스마스 연휴에 제일 바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빈 집을 노리는 도둑들인데요. 어린아이가 홀로 집에 있다는 걸 눈치챈 이들은 바로 행동 개시에 나서지만 도둑질은커녕 집안에 발을 붙이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케빈이 도둑들이 올 것을 눈치채고 미리 집 앞 계단에 물을 뿌려 두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꽁꽁 언 얼음 계단 위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언뜻 당연해보이는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기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얼음 위에 가해지는 압력 때문에 얼음이 녹는 ‘압력 녹음’ 주장이 있었는데요.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엄청난 압력이 가해져야만 미끄러짐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얼음과 물체의 마찰에 의한 열이 표면을 녹인다는 ‘마찰 녹음’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서 있어도 미끄러운 현상을 입증하지 못해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1980~90년대에는 과학자들이 매우 정교한 실험도구들을 통해 얼음의 분자구조를 분석하고 얼음 표면에는 항상 얇은 물층이 있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이를 ‘표면 녹음’이라고 하는데 어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표면에 액체층이 존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얼음은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로 구성된 물 분자들이 수소결합으로 연결되어 육각기둥의 구조를 이루게 되는데요. 내부에서는 비교적 강한 수소결합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가장 바깥쪽인 표면은 연결할 이웃이 없어 결합이 약해 물의 형태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죠.


미끄러짐의 이유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주장이 있어왔지만, 원인이 어찌됐든 얼음 위에 존재하는 물층 때문이라는 사실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데요. 가장 처음 이러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은 영국 화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입니다. 패러데이는 1850년에 얼음끼리 잘 달라붙는 이유를 얼음 사이의 물층의 존재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전용해(premelting)’라고 불렀는데 당시에는 원자나 분자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발달하지 않아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해요. 약 150여년이 지난 이후에야 과학적 지식과 이를 증명해줄 수 있는 실험도구들이 발전하면서 사실로 밝혀진 것입니다.  

 

 

02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언다고? 음펨바 효과

  

 

트랩을 준비하는 케빈이 계단 위 얼음을 만들 때 따뜻한 물을 뿌리면 얼음이 더 빨리 얼 수도 있답니다! 물론 변수가 존재하고 매번 관측되는 현상은 아니지만, 상식과 달리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어는 현상을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라고 합니다. 오랜 기간 학계의 학자들을 고민케 했던 유명한 난제이기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에도 기록되어 있을 만큼 고대부터 발견되었던 이 기이한 현상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의 가설이 있었는데요. 2012년에는 영국 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에서 음펨바 효과를 설명하는 경연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우승자의 설명도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현재까지 음펨바 효과와 관련해 가장 설득력 있다고 인정받는 이론은 2013년 싱가포르 난양 공과대학의 순장칭 교수와 장시 박사팀이 발표한 논문입니다. 연구팀은 공유결합과 수소결합의 개념으로 이 효과를 설명합니다. 물 분자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공유결합*’으로 연결되어 있고 각 분자는 서로 ‘수소결합**’으로 묶여 있습니다.


차가운 물의 분자는 운동성이 적어 분자와 분자 사이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서로를 연결하는 수소결합의 힘이 더 강해집니다. 분자끼리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강해지므로 분자 안에서의 산소와 수소 원자의 공유결합은 길이가 길어지게 됩니다. 


반면 따뜻한 물은 분자의 운동성이 커서 분자 사이 거리가 멀고 서로를 연결하는 수소결합의 거리가 멀어집니다. 분자끼리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 분자의 산소와 수소 원자 간의 공유결합은 길이가 짧아지게 되고요. 결합이 짧아지면서 결합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남게 되고 이로 인해 에너지를 방출하게 됩니다.


이렇듯 온도차에 따른 물 분자의 결합 정도에 따라 같은 조건에서 동시에 냉각시켰을 경우 높은 온도의 물이 낮은 온도의 물보다 더 에너지를 빠르게 방출하게 되어서 더 빨리 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음펨바 효과는 35℃ 물과 5℃ 물에서 극대화되어 비교해볼 수 있답니다.

*공유결합: 원자들이 전자를 공유할 때 생성되는 결합
**수소결합: 분자와 분자 사이를 잇는 결합

 

 

03

곳곳에 바른 끈끈한 검은 액체의 정체는? 타르

   

 

보통내기가 아닌 케빈. 얼음계단에서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미리 발라두는데요. 이것 때문에 도둑의 신발이 계단에 달라붙어버려 온몸이 어는 날씨에도 맨발로 다닐 수 밖에 없게 되죠. 검은색 페인트처럼 생긴 이것의 정체는 바로 타르(tar)였습니다. 


끈적한 점성을 지닌 이 검은색 액체는 나무 수액을 분해 증류하거나 석유를 분별 증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수지*의 일종입니다. 나무에서 만들어지면 목(木)타르, 석탄에서 만들어지면 콜타르(coal tar)라고 하며 석유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석유 타르(petroleum tar)라고 합니다. 석유 타르는 분별 증류 후 최종적으로 남는 잔류물을 총칭하게 되는데 아스팔트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검정색 아스팔트 도로가 바로 이 석유 타르에 자갈을 섞어 도로 포장재로 만든 것입니다. 


타르는 점성이 높고 방수기능을 갖추고 있어 여러 용도로 쓰여왔는데 지붕, 외벽 등 집의 방수제, 도로 포장을 위한 방수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부패를 막아주기 때문에 중세 대항해시대에는 목조 선박의 방수 코팅제로 널리 쓰였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드는 데에도 사용되었습니다. 타르 자체가 점성이 매우 높은 편이며 특히나 콜타르의 경우에는 자연물 중에서 가장 점성이 높은 액체라고 알려져있는데요. 케빈이 왜 계단에 접착제 용도로 발라두었는지 아시겠죠? 


*수지(resin): 나무에서 분비하는 점도가 높은 액체

 

 

04

머리카락이 탈 때 오징어 굽는 냄새가 나는 이유? 시스테인

   

 

여러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문 앞까지 온 도둑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손잡이에 연결된 토치가 작동하면서 도둑의 머리가 온통 타버리고 맙니다. 이 때 케빈은 오징어 굽는 냄새 같은 독특한 냄새를 맡았을 텐데요. 이처럼 머리카락이 탈 때 나는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머리카락의 80~90%는 케라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케라틴(keratin)은 모발, 손톱, 피부 등 상피구조의 기본을 형성하는 단백질로 모발, 털, 뿔, 손톱 등을 구성하는 진성 케라틴과 피부, 신경조직 등에 존재하는 유사 케라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케라틴에는 섬유성 단백질의 일종인 시스테인(cysteine)이 특히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시스테인 분자는 총 14 개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7 개의 수소 원자, 3 개의 탄소 원자, 1 개의 질소 원자, 2 개의 산소 원자 그리고 1 개의 황 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황 원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불에 탈 때 유황냄새와 같은 단백질 타는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피부과의 레이저 치료를 하거나 전기 파리채로 모기를 잡을 때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역시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케빈과 함께 트랩에 담긴 화학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케빈과 함께 보내실 예정이신가요? 올해의 <나홀로 집에>는 트랩 속의 화학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도둑 2인방과 케빈의 케미 넘치는 현장을 2배의 재미로 즐겨보세요!🎄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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