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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화학]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대의 도래 2

[월간화학]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대의 도래 2
-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종류 -

진정일 (고려대 명예교수, 전 IUPAC 회장)

✒️’월간 화학’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로 외부 필진의 화학 칼럼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1편에서는 플라스틱의 급증량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으나 이 글에서는 바이오 플라스틱(bio-based plastics 또는 bioplastics)과 석유(기반) 플라스틱(petroleum-based plastics)으로 나누어 설명하겠다. 

 

 

01

바이오 플라스틱의 종류: PHA, PLA, ··· 

   

 

생물학적으로 합성된 플라스틱은 식물, 동물, 미생물 등의 천연물에 의해 합성된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PHA와 더불어 PLA, 녹말 혼합물(blends), 셀룰로오스 기반 플라스틱, 리그닌 고분자 복합재료들이 여기에 속한다. 


• PHA(Poly(Hydroxyalkanoate),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
PHA에 관해서는 지난 글에서 일부 설명했다. 미생물에게 인, 질소 또는 산소 등 영양소 공급을 제한하고 탄소 공급원을 과다하게 공급해 PHA를 합성하게 만든다. 미생물을 파열하여 PHA 과립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PHA는 탄소가 3~5개인 짧은 사슬 길이(short chain length) PHA(scl-PHA)와 6~14개인 중간 길이 사슬(medium chain length) PHA(mcl- PHA)로 나눈다. 

 PLA(Polylactic acid, 폴리락트산)
폴리락트산(폴리젖산)은 옥수수, 사탕수수, 사탕무 등에서 얻는 녹말을 발효하여 얻는다. 
PLA는 열가소성 지방족 폴리에스테르에 속하며, 우수한 생분해성, 생물호환성(biocompatibility), 기계적 성질, 혼합 재료 제조 가능성 등에 힘입어 의생명 과학 분야에서 넓은 응용성을 지닌다. 포장재료 및 문구류에도 사용된다. 수술실, 임플란트 재료, 약물의 서방성* 제재 등 약물 전달용으로도 중요하다.
*서방성: 약의 유효 성분이 천천히 방출되는 성질

 녹말 블렌드
녹말 블렌드류는 녹말을 폴리락트산(PLA), 폴리카프로락톤(PCL), 폴리(아디프산부틸렌/테레프탈산 공중합체) 등과 블렌드한 생분해성, 열가소성 조성들이다. 녹말과 폴리올레핀 블렌드는 전체가 생분해성을 지니지는 못하고 폴리올레핀 부분을 잔 입자로 자연계에 분산시킬 따름이다. 

• 셀룰로오스 플라스틱
셀룰로오스 바이오 플라스틱류는 주로 초산 셀룰로오스, 니트로셀룰로오스 같은 셀룰로오스의 에스테르류와 그들의 유도체로, 변형을 많이 하면 열가소성이 된다. 셀룰로이드는 잘 알려진 셀룰로오스 유도물이다.

• 리그닌 고분자 복합물
리그닌 고분자 복합물은 천연 고분자로 생분해성을 지니는 방향족 조성이다. 리그닌은 나무 등 식물에서 얻으며, 화학 펄프 제조사들이 연 5천만톤을 얻는다. 목재 건조물의 20~30%를 차지하며, 페닐 프로판을 기본 골격 구조로 곁사슬 및 벤젠 구조를 통해 결합되어 있으며, 분자량은 3000~10000 정도다. 펄프공업의 부산물인 리그닌의 더 많은 이용이 요구된다. 

 

 

02

합성 플라스틱의 종류 ①: PGA, PBS

  

 

석유 화학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PE, PP, PS, PET 등이 대표적인 합성 고분자로, 대량으로 소비되고 있으나 이들은 생분해성을 지니지 못한다. 그러나 다음 합성 고분자들은 생분해성을 보여준다. 


• PGA(Polyglycolic acid, 폴리글리콜산)
글리콜산(히드록시아세트산)을 축합중합시켜 얻는 열가소성, 지방족 폴리에스테르가 PGA다. 이 중합체는 가수분해되면 무독성 단량체인 글리콜산이 된다. 이 과정은 에스테레이스(esterase) 효소에 의해 촉진된다. 수술실 등 의료용 고분자로 쓰인다.

 


 PBS(Poly(butylene succinate), 폴리(숙신산 부틸렌))
이 고분자는 생분해성, 지방족 폴리에스테르로 열가소성으로 PP와 성질이 유사하다. 숙신산과 1,4-부탄디올간의 축합중합으로 합성한다. 


PBS의 응용은 아직도 개발중이다. 음식물과 화장품 등의 포장재(필름, 봉지, 상자 등)와 농업의 작물 덮개 필름(mulching film), 농약의 서방성 포장 재료, 의약품의 캡슐화, 임플란트용 등의 응용이 관심의 대상이다. 

 

 

03

합성 플라스틱의 종류 ②: PCL, PVA, PBAT 

   

 

PCL(Polycaprolactone, 폴리카프로락톤)
ε-카프로락톤의 고리열림(개환) 중합으로 PCL을 만든다. 이 중합체는 녹는점이 약 60°C이며, 유리 전이 온도(Tg)는 -60°C다.
PCL은 임플란트용 생체재료로 중요하다. PCL은 PLA보다 생분해성이 느리다. PCL은 약물 방출의 제어가 필요한 용도에서 인기가 늘고 있다. 수술 봉합사와 미용 수술에도 사용되고 있다. PCL은 나일론 같이 질기지만 60°C에 이르면 퍼티(putty)* 같은 성질을 보여주기 때문에 놀이 취미 분야에 널리 시판되고 있다.


*퍼티(putty): 조형, 건축, 장난감 등 분야에서 벌어진 틈새를 메꾸거나 채우는 접착제

 

 PVA(Poly(vinyl alcohol), 폴리비닐알코올)
PVA는 수용성 비닐 고분자로 생분해성을 보여준다. 주로 폴리초산비닐(폴리비닐아세테이트)을 가수분해하여 만든다. 식품포장, 종이 코팅, 직물 코팅 등에 쓰인다. 생분해성 고분자 중에서 유일한 비닐 중합체로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폴리(아디프산 테레프탈산부틸렌))
PBAT는 1,4-부탄디올을 두 종류의 디카르복시산, 아디프산과 테레프탈산을 함께 사용해 중합해 얻는 일종의 공중합체로 폴리(아디프산-공-테레프탈산 부틸렌)(poly(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이라고도 불리우는 생분해성 폴리에스테르다. 저밀도 폴리에틸렌과 유사한 특성을 지녀 포장재, 봉지 등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다른 고분자 재료와 혼합(blend)해 사용하기도 한다. 


PBAT의 공업적 제조법은 다소 특이하다. 1,4-부탄디올을 아디프산 및 테레아프탈산과 별도로 중합해 두 가지 폴리에스테르를 합성한 후, 폴리에스테르를 용융 상태에서 다시 에스테르 교환 반응을 시켜 PBAT를 만든다. 이 반응에는 흔히 테트라부톡시티타늄(TBOT)을 촉매로 사용한다.

 

 

04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해결 과제

   

 

플라스틱 폐기물이 토양 중의 미생물(곰팡이, 박테리아 등)에 의해 (주로 무산소성 분위기에서) 이산화탄소, 물과 메탄 등으로 분해될 때 생분해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모두 생분해성이 된다면 인류의 걱정을 많이 덜어주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생분해 중 생성되는 메탄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온실가스 노릇을 한다. 따라서 생성되는 메탄 기체의 효과적 회수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 한가지 혼란을 야기하는 점은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바이오 플라스틱(생플라스틱)의 의미가 엄밀히 말하면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생물 및 일부 식물이 합성하는 고분자는 흔히 생고분자(biopolymer), 또는 바이오 플라스틱(bioplastic)이라 부른다. 더욱이 천연고분자(natural polymer)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생물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탄수화물(녹말, 셀룰로오스), 천연 고무 등을 천연 고분자라 부른다. 꽃게나 새우 껍질에 들어있는 키틴(chitin, 아미노산의 다당류)도 천연 고분자에 속한다. 즉 플라스틱의 생분해성 여부에 따른 분류와 어디서 얻는지 그 원천에 따른 분류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05

플라스틱 폐기물의 친환경적인 처리 방식

   

 

플라스틱 폐기물의 퇴비화(composting)도 큰 관심거리다. 폐기물을 퇴비화해 농업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퇴비화가 가능하다고 생분해성을 지닌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퇴비화가 가능한 플라스틱들의 퇴비화는 고온, 고압, 영양분의 농도 등 여러 환경 요인을 엄격하게 제어해야 한다. 따라서 퇴비화는 대형 퇴비화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또, 퇴비화는 일반적으로 유산소 환경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무산소성 생분해와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PLA는 퇴비화가 가능한 고분자이다. 좁은 의미로 생분해성은 아니다. 일부 박테리아가 만드는 PET는 석유 화학 제품과 구조가 같으며, 비록 바이오 플라스틱이지만 석유 화학 PET와 같이 생분해성은 지니지 못한다. 즉 바이오 플라스틱 모두가 생분해성은 아니다.


플라스틱 제품 폐기물은 주로 재사용, 퇴비화, 소각 및 쓰레기 매립 등의 방법으로 처리된다. 열분해에 의한 새로운 원료의 합성, 연료로의 재사용 등도 중요해지고 있으며, 폐기물 수거 시 플라스틱 종류에 따른 분리수거가 이 방법의 성공을 좌우한다. 
비록 새로운 미생물의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보고되고는 있으나 이들의 실용까지는 많은 세월이 필요하리라 믿는다.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을 늘리고, 폐기물 처리 방법의 선진화가 시급하다. 자연과 환경의 보존과 자원의 절약이 인류의 지속적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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