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g의 가루로 여러분의 생활이 바뀔 수 있다면, 어떤 가루를 원하시나요? 초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가루? 평생 건강을 책임지는 가루? 사실, 그런 마법의 가루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물 부족 국가의 식수 문제를 해결해 많은 이들에게 변화를 가져다 준 가루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4g의 적은 양으로 최대 10L의 흙탕물을 정화해주는 정수 가루인데요. 오늘은 크리스마스의 기적과도 같은 이 정수 가루와 오염된 물의 정화 과정에 숨겨진 과학 원리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01
가지각색 흙탕물의 입자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현재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 부족 국가에 살고 있으며, 안전한 식수와 위생시설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정화되지 않은 탁한 ‘흙탕물’을 식수로 마시고 있는데요. 이 흙탕물에 대해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흙탕물은 주로 모래, 실트(모래와 찰흙의 중간 굵기인 흙), 점토에서 생긴 광물질(mineral)과 식물·동물의 분해 과정에서 생긴 유기물질(organic substance), 박테리아·플랑크톤·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micro-organism)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흙탕물은 대표적인 혼합물인데요. 물속에서 잘 녹지 않고, 가라앉지도 않는 입자들의 크기에 따라 분자상 용해성물질(≤1mμ), 콜로이드 물질(1mμ~1000mμ), 세립 현탁물질(1μ*~10μ), 조립 현탁물질(10μ~100μ)로 구분됩니다. 현탁물질이란 액체에 떠 있으면 서 그 액체를 흐리게 하는 물질을 뜻하는데요. 그 알갱이의 크기가 잘면 세립, 입자가 크면 조립이라고 합니다. 앞서 알아본 혼합물의 입자 중 하나인 콜로이드 물질은 정수, 하‧폐수처리에서 쉽게 가라앉지 않는 입자상물질의 대표적인 크기입니다.
* μ(미크론, micron): 음향이나 전기의 파장, 분자와 분자 사이의 거리, 미생물의 크기를 잴 때 사용하는 길이의 단위로 1mm의 1/1000. 1mμ은 1mm의 1/100000
02
뭉쳐야 거른다!
앞서 정수, 하‧폐수처리에서 쉽게 가라앉지 않는 대표적인 입자상물질을 콜로이드(colloid) 물질’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콜로이드는 매우 작은 미세 입자들이 액체 속에 완전히 녹지 않고 고르게 퍼져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흙탕물과 같은 혼합물 속에 퍼져 있는 미세한 입자들을 물과 분리하기 위해서는, 각 콜로이드 입자를 뭉쳐 더 큰 입자를 만드는 ‘응집(flocculation)’ 현상이 필요합니다. 물속에 떠 있는 작은 입자들을 엉기게 하여 밑으로 가라앉게 하는 것이죠.
콜로이드 입자의 응집을 위해서는 먼저, 콜로이드 입자의 성질을 알아야 합니다. 콜로이드 입자는 표면에 전하*를 띠고 있는데, 각 입자의 정전기가 서로를 되받아 튕깁니다. 따라서 각 입자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입자 표면과 반대되는 전하를 가진 물질(응집제)을 첨가해 표면 전하를 중화시켜야 합니다.
*전하: 물체가 띠고 있는 정전기의 양
03
콜로이드의 연결고리, 응집제
액체에 완전히 녹지 않고 퍼져 있는 콜로이드 입자를 응집하기 위해서는, 입자 간의 결합을 돕는 응집제가 필요한데요. 응집제는 화학 조성*상 크게 무기응집제와 유기고분자응집제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무기 전해질로서의 응집제로는 황산알루미늄, 황산제1철, 염화제2철 등이 있는데요. 그 중 ‘황산반토’라고 불리는 황산알루미늄(Aluminium Sulfate, Al2(SO4)3‧18H2O)은 알루미늄 공업이 발달함에 따라 가격이 저렴하고 응집 효과가 뛰어나 정수처리에서 많이 사용되는 무기응집제입니다.
묽은 음식을 걸쭉하게 만들어주는 전분 등의 천연 고분자들이 응집 효과를 내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정수를 위한 유기 고분자로는 아크릴계의 합성 고분자가 주로 사용되며 폴리아크릴아마이드와 폴리아크릴산나트륨 등이 있습니다. 이 중 폴리아크릴아마이드는 접착제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아크릴로니트릴을 물 분자를 이용하여 가수분해한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 C3H5NO)의 중합체입니다.
*화학 조성: 화학적 성질에 의해 구별되는 특정한 화합물을 구성하는 각 원소의 함유량과 비율을 통틀어 이르는 말
04
마법의 정수 가루 레시피?
4g의 적은 양으로 10L의 흙탕물을 정화하여 물 부족 국가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마법의 가루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 정수 가루는 황산제2철(ferric sulfate)이라는 무기 응집제와 함께 염소 등의 화학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응집제는 이전에 설명한 것과 같이 흙탕물 속에 있는 흙과 먼지 등의 불순물을 응집시키고 가라앉게 하여 물과 분리해줍니다. 그리고 강한 산화력이 특징인 염소는 물에 있는 박테리아, 플랑크톤,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을 죽이고 물이 다시 오염되는 것을 막아주죠. 각 화학 성분의 특징을 적정량으로 잘 활용하니,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마법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네요.
▶염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오늘은 물 부족 국가의 식수 문제를 해결해준 정수 가루와 정화 과정에 숨겨진 과학 원리를 알아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오늘 알려드린 정수 가루처럼,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적 발견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한화토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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