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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화학의 꽃, 촉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출처: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매년 지난해에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과 상금을 수여하라”

 

지난 12월 10일알프레드 노벨이 세상을 떠난 날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인 노벨상 시상식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매년 국적도 성별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인류에 기여한 공이 가장 큰 사람에게 노벨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노벨 화학상 영예의 주인공은 독일의 베냐민 리스트(Benjamin List)와 미국의 데이비드 맥밀런(David MacMillan)이었는데요, 이분들이 발견한 ‘비대칭 유기촉매’ 덕분에 어쩌면 우리가 코로나와의 싸움을 끝내고 답답한 마스크를 벗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 들려온 따끈따끈한 노벨상 소식과 화학분야 기여 공로를 알기 쉽게 전해드릴게요!

 

01

선의의 경쟁이 가져온 유기촉매의 발견

출처: 노벨상 공식 유튜브

동시대에 태어나 유기화학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두 학자의 수상은 공동연구가 아닌 치열한 경쟁 속에서 탄생한 결과라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나이까지 똑같은 두 사람은 2000년대에 유기촉매 반응과 관련한 연구로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라이벌이자 동료인 두 학자 간 선의의 경쟁으로 유의미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유기촉매 분야가 급속한 발전을 하게 됩니다.  


촉매는 화학자들에게 기본적 도구이지만 그동안 원론적으로 금속, 효소(enzyme) 등 두 가지 유형의 촉매만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리스트·맥밀런 박사는 이런 오랜 학문적 통념을 깨고 유기촉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는데요, 이에 대해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유기촉매는 인류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02

현대판 ‘현자의 돌’, 그 이름 ‘촉매’

출처: The Epoche Times, Zing Pop Culture

촉매란 자신은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화학 반응의 속도에 영향을 주어 원하는 반응을 선택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물질을 말하는데요, 별다른 가치가 없는 재료를 촉매를 통해 가치있는 것으로 탈바꿈 시킨다는 면에서 중세시대 연금술사들이 찾아 헤매던 ‘현자의 돌’에 비유하기도 한답니다. 현자의 돌은 모든 물질을 황금으로 만들어주는데, 화학적 촉매가 이와 같이 인류에게 이로운 가치가 있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전체 화학공정의 90%에는 촉매가 쓰이고 있고, 플라스틱, 제약, 반도체 등 전세계 GDP의 35%에 해당하는 제품이 촉매를 토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화학산업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금속촉매와 생체촉매인 효소(enzyme)만을 촉매로 활용해왔는데, 백금이나 팔라듐 등을 이용한 금속촉매는 가격이 비싸다는 점, 생체촉매는 구조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기촉매는 탄소, 질소, 산소, 수소 등의 원자만으로 구성되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고 생산 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환경 친화적이기 때문에 기존 촉매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03

거울 속의 나는 나인가, 내가 아닌가? 거울상 이성질체

특히 유기촉매의 개발로 거울상 이성질체를 지닌 유기물질 중 원하는 반응만을 선택적으로 얻는 ‘비대칭 유기촉매반응’을 유도할 수 있었는데요, ‘이성질체’란 분자식은 같지만 분자 배열이나 구조가 달라 서로 다른 성질을 갖게 되는 화합물이라는 것을 알고 계실 거에요. 


이러한 이성질체 중에서는 마치 거울에 비춘 것처럼, 완전히 동일하지만 좌우만 다른 거울상 이성질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를 다른말로 ‘카이랄(chiral)성을 지닌다’고 표현하는데 서로 쌍둥이처럼 같은 형상을 지녔지만 절대 겹쳐질 수는 없는 관계임을 의미합니다.    


거울 속에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요
- 이상, <거울>


시인 ‘이상’은 거울상 이성질체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걸까요? 유명한 시 <거울>에서도 분자 화합물의 카이랄성을 잘 표현한 구절을 찾을 수 있답니다.

 

▶다양한 이성질체, 탄화수소로 알아볼까요?

 

[너의 이름은]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있는 용제 (2) 헵탄과 헥산 편

안녕하세요, 블로그 지기입니다. 지난 ‘너의 이름은 – 용제’ 편에서는 조카의 낙서도 마법처럼 지워주는 ‘용제’와 용제로 흔히 쓰이는 ‘탄화수소’에 관해 알아보았는데요, 오늘은 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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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생명체의 단일 카이랄성과 촉매의 중요성

출처: Helix Magazine,Wikimedia Commons

그런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단백질은 단일 카이랄성을 가지고 있어서 거울상 이성질체가 생체 내에서는 서로 전혀 다른 생리 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왼손왼쪽 장갑을 끼면 편안하게 들어가겠지만 오른쪽 장갑을 끼면 잘 맞지 않아 힘들고 불편할 거에요. 


이러한 카이랄성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게 된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1950년대에 임산부의 입덧을 획기적으로 완화해주는 치료제 ‘탈리도마이드’가 개발되어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약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짧게 태어난 기형아들이 태어나게 됩니다. 


탈리도마이드에는 거울상 이성질체 성분이 들어있는데 하나는 입덧을 완화해주는 효능이 있었지만 다른 카이랄 분자는 태아의 혈관 생성을 막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지요. 


이 사건으로 인해 거울상 이성질체 중 선택적으로 필요한 성분만을 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둘 중 약효가 있는 하나만을 선택적으로 만드는 것을 비대칭 합성이라고 하고 이때 사용하는 촉매를 ‘비대칭 촉매', 그 중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분자로 구성된 것을 ‘비대칭 유기촉매’라고 합니다. 

 

 

05

비대칭 유기촉매 반응으로 인류의 아픔을 치유하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매우 비슷해서 한 쪽만을 분리해내기가 굉장히 까다로운데요, 단순한 원자들로 정교한 반응을 컨트롤할 수 있는 비대칭 유기촉매가 발견된 덕분에 원하는 반응을 선택적으로, 빨리, 값싸게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업 전반에 폭넓게 활용될 예정이지만 특히나 팬데믹과 수명 연장 시대에 제약산업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비대칭 유기촉매는 우울증, 당뇨병, 항암제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비대칭 유기촉매로 만들어졌던 것처럼 우리도 이제 곧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걸까요?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명예와 부를 얻게 되지만 훗날 자신이 ‘죽음의 상인’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충격에 빠집니다. 사람들의 죽음으로 장사하고 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거의 전 재산을 기부하여 노벨상 제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전세계 인류에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지고 멋진 일이 있을까요! 노벨 메달의 뒷면에 새겨진 고대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시구로 마무리하면서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노벨상 수상자들의 탄생을 기대하겠습니다. 

 

"위대하도다. 스스로의 발명에 의해 풍요해지는 인류의 삶이여."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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