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비결은 화학?!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를 아시나요? 맛있는 과일과 재미있는 놀이, 건축 재료는 물론 쉴 곳까지 제공하는 나무는 오랜 쓰임을 자랑하면서 다양한 곳에 활용되었는데요. 가공이 쉽고,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으며 크기가 다양해 숟가락이나 젓가락 같은 식기부터 활과 같은 무기도, 건축의 재료로도 사용되었죠. 이렇게 다방면에 나무가 쓰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화학으로 가공을 했기 때문인데요. 어떤 방법을 사용한 것일까요?

 

 

01

인류가 사용한 가장 오래된 재료

   

불을 발견한 인류의 조상은 나무를 에너지원이자 도구의 재료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습니다. 석기시대에 많은 유물은 나무와 함께 제작되었죠. 하지만 오랜 사용에도 불구하고 나무로 된 유물은 잘 찾아볼 수 없는데요. 돌로 만든 도구에 비해 물에 약하고 부식이 잘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발견된 대다수의 목재 유물은 건조한 지방에서 발견되거나 갯벌 진흙 속에 있어 물 또는 공기의 차단으로 부식이 없었는데요. 이를 통해 목재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표면에 물과 공기를 차단할 물질을 발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재의 표면을 보호하는 물질을 바르는 것이 바로 화학의 힘이 필요한 순간, ‘도장’ 입니다. 

 

 

02

수분을 막는 기름 도장

  

2,500년 전 이집트는 목재 도구의 부식을 막기 위해 식물의 씨나 열매에서 짜낸 기름을 사용했습니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 성질이 있어 수분을 막기에 적절 했죠. 

주로 사용되던 아마인유, 대두유, 피마자유, 들기름 등의 건성유^*는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굳는 성질이 있어 도장재로 사용이 잦았는데요. 이 기름들이 굳는 이유는 바로 기름 속 불포화도가 높은 지방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포화도가 높은 지방산일수록 탄소의 이중결합이 많은데요. 이중결합은 화학적으로 반응도가 높아 공기 중 산소와 결합되어 산화하기 쉽습니다. 이때 생기는 과 산화물 등이 기름 분자 간 중합 반응을 일으키는데요. 결과적으로 기름 분자들이 결합해 그물 모양의 고분자가 되며 고체화 되는 것이죠. 

*건성유: 기름이 굳는 정도를 화학적으로 표현한 요오드 값이 130이상인 기름. 요오드 값이 높을수록 빨리 굳는다.

 

 

03

산소를 흡수하는 옻칠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옻칠로 목재 도장을 해 왔는데요. 옻나무 수액을 바르는 옻칠은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 발견될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장법입니다.

옻칠이 오랜 역사를 가진 도장법이 된 이유는 옻나무 수액의 우루시올이라는 물질 덕분입니다. 우루시올은 휘발성 페놀 화합물로 수액에 함께 들어있는 락크 효소와 반응해 공기 중 산소를 흡수하는데요. 흡수된 산소는 목재를 부식 시키지 않고 옻과 반응해 검은 수지로 변합니다.

이 같은 작용 덕분에 옻칠을 한 목재 도구는 견고한 내구성과 더불어 훌륭한 색과 광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살충 효과, 방부제 효과가 뛰어난 옻의 특성 덕분에 옻칠을 한 가구는 벌레에 좀먹지 않고, 옻 식기에 보관한 음식은 쉽게 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04

색과 도장, 일석이조의 단청

   

건축물의 아름다운 색채를 부여하는 단청은 궁궐이나 사찰에 화려함을 장식하는 중요한 작업인데요. 이 단청 역시 목재 건물을 더 오래, 튼튼하게 사용하기 위해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단청과 같은 물감에는 전색제와 부요소 그리고 용제가 함께 들어있는데요. 이 중 전색제는 도장 막을 형성하고 부요소는 전색제가 분산, 건조되는 것을 돕습니다. 용제는 물감의 묽기를 조절해 색칠이 쉽게 만들죠. 이 세 요소에 색을 내는 안료를 넣으면 단청에 사용되는 물감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전통 단청의 전색제는 아교를 많이 사용합니다. 아교란 동물의 가죽과 뼈를 고아 만든 접착성 물질로 온도에 따라 졸-겔 변이 가 일어나며 안료를 목재에 밀착시키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나무로 만든 도구는 가볍고 활용도가 다양해 아직도 많은 곳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은 식기는 물론, 커다란 가구도 나무로 만든 것이 많죠. 목재 도구가 이렇게 오랜 역사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화학의 힘으로 만든 도장재 덕분인데요. 인류 역사를 함께한 목재 도구와 화학의 힘, 참으로 대단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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