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중 길이가 가장 짧은 달 2월. 2월을 영어로 February라고 하죠. 옛 로마인들에게는 매년 2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의식을 치르는 풍습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정화 의식을 가리키는 라틴어 Februa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February가 화학에 진심인 사람들의 눈에는 원소 다섯개로 보인다고 하는데요, 여러분은 보이시나요? 2월은 Fe·Br·U·Ar·Y, 철·브로민·우라늄·아르곤·이트륨이 모인 달인데요, 오늘은 2월을 이루는 원소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01
지구에서 가장 흔한 금속, 철(Fe)
주기율표 26번에 해당하는 원소 철(Fe)은 라틴어 ferrum(철)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인류는 철기를 사용하면서부터 농경과 군사력이 크게 발달했고 최초의 국가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철은 인류 문명 도약에 큰 역할을 하였고 오늘날까지도 필수 원료인데요, 인류가 철이 들기 시작한건 철을 손에 들었을 때부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원료가 귀해서 대부분 제사 등 의식용으로 쓰이던 청동과 달리 실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쓰임이 가능했던 철기가 널리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원료가 흔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철은 지구에서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금속입니다. 지구 질량에서도 철의 비중은 32% 가량 되는데 대부분은 중심핵에 존재하므로 지각에서는 5.6%의 비중을 차지하며 산소, 규소, 알루미늄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원소입니다.
철은 자연에서 철광석이나 사철(Iron Sand) 형태로 존재하는데 순수한 철은 공기 중의 산소와 물에 쉽게 산화되는 경향이 있어 보통은 산소에 반응해 녹이 슨 산화철 상태일 때가 많습니다. 화성이 붉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도 표면에 산화철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단단함의 대명사이지만 철은 순수한 상태일 때 알루미늄보다도 무른데요, 철에 탄소를 추가한 합금이 되면 매우 단단하고 강한 강철이 됩니다. 합금강은 순수철보다 무려 천 배나 더 단단하답니다.
02
브로마이드는 브로민(Br)에서 나왔다!
브로민(Br)은 악취를 뜻하는 그리스어 bromo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얼마나 악취가 심하길래 이름으로까지 붙게 되었을까요?
브로민은 실온에서 적갈색 액체로 존재하지만 휘발성이 매우 크고 끓는 점이 낮아서(58.8°C) 쉽게 기화되는데 이 독특한 냄새를 가진 짙은 오렌지색의 연기가 납니다. 주로 하나의 전자를 받은 음이온 형태로 해수에 존재하는데 이를 추출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이 브로민은 우리에게 알고 보면 매우 친숙한 원소입니다. 어린 시절,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의 브로마이드를 벽에 붙여두었던 기억이 있으실텐데요, 필름 사진의 감광제로 브로민과 은의 화합물인 브로민화 은(silver bromide)을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된 것이 브로마이드입니다.
일상 속에서 브로민은 섬유나 플라스틱 제품이 연소되는 것을 막기 위한 난연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데 플라스틱이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는 걸 보신 적이 있으시죠? 이건 플라스틱 속에 있는 브로민 성분때문이랍니다!
03
연속 핵 분열 반응의 끝판왕, 우라늄(U)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핵폭탄 ‘리틀보이’. 이름과 달리 히로시마 전체를 초토화시켰던 무시무시한 핵폭탄의 원료는 바로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우라늄이었습니다.
우라늄은 원자번호 92번으로 지구상에서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원소 가운데에서는 가장 큰 번호의 원소입니다. 그만큼 원자핵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가 가장 많다는 의미인데요, 원자의 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서 쪼개지는 현상인 핵분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 핵폭탄을 만들 수도 있고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우라늄은 생각보다 오래전인 수백 년 전부터 사용되었는데요, 과거에는 천연 우라늄을 도자기 유약이나 채색 유리, 타일 등에 첨가물로 사용했습니다. 자외선을 쬐어 주면 빛을 발하기도 하고 화학형태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나타내는 성질이 있기 때문인데요, 우라늄의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듯이 다채로운 얼굴을 지닌 원소랍니다.
04
게으르지만 다른 물질을 보호해주는 아르곤(Ar)
아르곤은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로 다른 물질과의 반응성이 낮아서 ‘게으름뱅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argos에서 본따 지어진 이름입니다. 아르곤이 반응성이 낮은 이유는 가장 바깥쪽의 최외각 전자가 모두 차 있는 안정된 배치 때문에 전자를 주고받기 힘들어 다른 원소와 화학결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기체를 비활성 기체라고 합니다.
아르곤은 지구 대기 중 질소(78.08%), 산소(20.95%)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대기의 0.93% 양으로 안정적으로 존재해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른 원소와의 반응성이 낮기 때문에 어떤 물질을 산소나 수증기 등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는데 고온에서 금속의 산화를 막기 위해 쓰이곤 합니다. 예를 들면 백열전구의 필라멘트 산화를 막기 위해 아르곤을 채워넣는 것이죠.
05
희토류지만 우리 일상에 다양하게 쓰이는 이트륨(Y)
이트륨은 1787년 발견된 스웨덴 스톡홀롬 부근의 이테르비 마을(Ytterby)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최초로 발견된 희토류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희토류란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이트륨은 열과 전기가 잘 통하는데 희소하지만 우리와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LCD, LED 발광성분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희토류 치고는 생산량이 어느 정도 확보되기 때문에 산업적으로는 다양하게 쓰임이 되고 있습니다.
레이저 중에는 고체로 된 레이저도 존재하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YAG 레이저입니다. YAG는 이트륨(yttrium), 알루미늄(aluminum), 가넷(garnet)의 앞글자를 딴 것인데요, 이트륨과 알루미늄을 구성성분으로 하고 결정구조가 보석인 가넷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두꺼운 철판을 자르거나 용접하는 등 산업용으로 쓰이기도 하고 치료나 수술에 의학적으로 쓰이기도 하며 때로는 레이저 쇼 등의 공연에 쓰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2월과 관련한 다섯가지 원소, 그리고 원소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아보았습니다. 2월엔 Fe·Br·U·Ar·Y, 철·브로민·우라늄·아르곤·이트륨과 더욱 친해지는 시간이 되셨길 바라며 다음 시간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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