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혼합물의 상과 평형에 대해서 알아보았어요. 요약하면 혼합물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온도, 압력과 더불어 물질의 혼합비율(조성)이며 평형은 특정한 온도, 압력, 그리고 각각의 상(액상, 기상)에서의 특정 조성으로 유지된다고 했습니다. 이는 혼합물의 일부가 기화되어 날아가지 않고 일정한 공간 내에서 평형으로 유지된다면 특정 온도, 압력에서 액체와 기체는 각각의 조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이때의 액체상과 기체상의 조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오늘은 조금 더 깊게 들어가는 내용을 준비해봤어요. 과학에 관심있는 여러분 모두 조금 더 집중해서 읽어주시길!!
01
라울의 법칙
먼저 앞에서 던진 '액체상과 기체상의 조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질문에 대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말 '제각각'이라는 것이 답입니다. 조금 허무한가요? 혼합물에서 나타나는 분자의 상호작용은 너무나 다양하고 방대해서 어떤 이론으로도 완벽하게 설명하기 불가능하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이해가 쉽고 유명한 것이 이상용액에 대한 ‘라울의 법칙’입니다. 프랑스의 물리화학자 프랑수아 라울이 발견한 이 법칙은 ‘평형에서의 기상 혼합물 각 성분의 부분 압력은 해당 성분의 순수한 증기압력과 액상 몰분율*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엥? 무슨 소리냐구요?
*몰분율: 두 성분 이상의 물질계에서 한 성분의 농도를 나타내는 방법
라울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증기 압력’과 ‘부분 압력’을 이해해야 합니다. 먼저 '증기 압력'이란 액체와 기체가 평형을 이루었을 때의 증기의 압력을 의미합니다. 물을 예로 들어볼까요? 물은 잘 아시듯이 대기압 조건에서는 100℃에서 끓죠. 이때, 액체와 기체가 평형을 이룹니다. 그럼 이때 증기의 압력은 얼마일까요? 물 분자는 대기가 누르는 힘을 뚫고 액체 밖으로 나와 기체가 되었으며 대기와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증기의 압력은 대기압과 동일한 상압(1atm)이 됩니다.
즉, 다시 말해 증기 압력이란 특정 온도에서 액체가 끓을 때 나타나는 증기의 압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높은 온도에서는 증기 압력이 높고, 낮은 온도에서는 증기 압력이 낮아지며 또한, 같은 온도라도 기화가 잘되는 물질일수록 그 물질의 증기 압력은 높은 것입니다. 기압이 낮은 고산지대에서는 밥이 설 익는 것도 온도가 낮을수록 끓기 시작하는 압력은 낮아져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입니다.
한편, '부분 압력'은 기체의 혼합물에서 개별 성분이 갖는 압력으로 전체 압력은 이들 성분의 부분 압력의 합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아보가드로의 법칙(같은 온도와 압력에서 기체의 부피는 입자의 개수와 비례한다는 법칙)과 응용해서 생각하면 가령, 1기압하에서 두 분자가 동일한 몰비율로 존재하면 각각의 부분압력은 0.5기압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부분 압력이란 기상에서의 해당 물질 조성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02
증기압력과 액상의 농도와의 관계
[그래프 1]
그렇다면 다시 라울의 법칙으로 돌아가서 살펴보겠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일정한 액상 조성에서 기상의 조성은 해당 물질의 순수한 증기 압력에 비례한다’ 입니다. 순수한 물질의 증기 압력이 높을수록 기화가 잘 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기화가 잘 되는 물질일수록 기상에서의 비율도 높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둘째는 ‘일정한 압력 조건에서는 기상의 조성이 액상의 조성에 비례한다’는 것이죠. 당연히 특정 물질이 액상에 많을수록 이와 평형을 이루는 기상에서도 해당 물질은 점점 많아지겠죠.
라울은 이 두 가지 특성을 각 물질의 증기 압력과 액상 조성의 곱으로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라울의 법칙을 특정 온도에서의 2성분계 그림으로 표현하면 위의 [그래프 1]처럼 표현됩니다. 성분이 두 개이므로 A의 몰분율만으로 0~1까지 표현하는데 (0~100%를 의미) 당연히 A의 몰분율이 0이라는 이야기는 다른 성분인 B가 1이라는 것이구요. 따라서 그래프의 왼쪽과 오른쪽 끝은 각 성분의 순수한 증기 압력을 의미하며 조성에 따른 혼합물 전체의 증기 압력은 이 두 점을 직선으로 잇게 됩니다.
[그래프 2]
하지만 라울의 법칙은 분명한 한계가 있죠. 혼합물의 상호작용 결과를 단순히 순수한 두 물질의 혼합비율의 평균으로 나타낸 것이니까요. 때로는 상호작용이 증폭되기도 또는 감소되기도 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인데요. 그래서 전 조성에 걸쳐서 라울의 법칙을 만족하는 경우를 ‘이상 용액’이라고 합니다. 이상 용액에 가까운 대표적인 물질이 [그래프 2]의 메틸벤젠과 벤젠의 혼합물인데요. 이는 두 분자의 구조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상호작용의 특수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03
헨리의 법칙
한편, 영국의 과학자 헨리는 실제의 농도가 낮은, 묽은 용액의 경우 용질의 부분 압력이 액상 용질의 몰분율에는 비례하지만 순수한 용질의 증기 압력과 같지 않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혔습니다. 생각해보면 농도가 낮은 경우 용매의 영향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순수한 용질의 증기 압력 특성이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겠죠. 순수한 물질은 상의 경계에서 단순히 액체 분자 간 끌어당기는 힘을 뚫고 기상으로 나아가지만 농도가 묽은 혼합물일때는 주변에 용매가 많이 있는 상태거든요. 용매에 의해 막히기도 하고 밀리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헨리는 순수한 증기 압력이 아닌 이와 비슷한 '헨리 상수'를 도입하여 다음과 같이 나타냅니다. (여기서 B성분이라 함은 단순히 용질을 의미하며 큰 의미는 없습니다.)
헨리 상수는 특정 혼합물에서 특정한 성분이 갖는 고유한 값이며 위의 그림과 같이 실험을 통해 매우 묽게 수렴하는 값을 외삽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용매는 라울의 법칙을 따르고 용질은 헨리의 법칙을 따르는 용액을 가르켜 ‘이상적 묽은 용액’이라고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이상 용액’, ‘이상적 묽은 용액’에 대해서 이야기 해봤는데요. 뭔가 이름부터 굉장히 특별한 경우라는 것이 느껴지죠? 실제로는 이상적이지 않은 혼합물도 굉장히 많다는 것이에요.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이상성에서부터 벗어나는 혼합물에 대해서 다루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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