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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고체와 액체, 기체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까? - [상과 혼합물의 분리 1]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다시 인사 드리는 한화토탈 공정연구팀의 심상현 과장이에요. 이번에는 물질의 상(phase)과 이를 이용한 혼합물의 분리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해요. 하지만 첫 술부터 배 부를 순 없는 법!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오늘은 먼저 순수한 물질에 대한 상과 평형을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오늘 내용을 비롯해서 앞으로의 과정을 차례차례 잘 따라오시면 결국에는 상을 이용한 혼합물의 분리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01

물질의 상(phase)이란?

 

 

물질의 상(phase)이란 무엇일까요? 상이란 쉽게 말해 물질이 어떤 상태인지를 뜻하는 말이에요. 대표적으로는 기체, 액체, 고체 세 가지의 상이 유명하죠. 이러한 상태의 변화는 분자의 속성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분자 자체는 유지하되, 이러한 분자가 공간 내에서 어떻게 위치하는지 또는 어떤 움직임을 가지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화학적인 변화가 아니라 물리적인 변화라고 합니다. 

 

기체는 분자가 공간을 자유롭게 배회하면서 주어진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며 3가지 상 중에서는 분자간의 결합력이 가장 약한 상태입니다. 반면 액체와 고체는 분자가 인접하여 주변 여건에 관계 없이 거의 일정한 부피를 가지고 이 중 고체는 분자간의 결합력이 가장 강해서 분자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이지만 액체는 고체보다 결합력이 다소 약해서 분자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체는 아무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액체는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특징이 있죠.

 

 

02

온도에 따른 물질의 상태

 

 

그렇다면 온도에 따른 물질의 상태를 생각해보죠. 당연히 여러분들은 경험에 의해서 물질이 낮은 온도에서 고체, 높은 온도에서 기체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에요. 생각해보세요, 온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분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열심히 돌아다니고 싶을 거에요. 

 

한편, 압력에 따른 물질의 상태는 어떨까요? 압력은 공간을 누르는 힘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주머니에 들어있는 분자라고 생각해보세요. 주머니를 쥐어짜면 여러분이 에너지를 갖고 주머니 속에서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기 힘들 거에요. 따라서 대개는 보통 압력이 높을수록 기체는 액체로 액체는 고체가 되지요. 

 

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때론 압력이 높아질수록 기체가 액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고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물질은 고체가 액체가 되기도 해요. 이것은 그 물질이 가진 물리적인 특성으로 특정 조건에서 그 물질의 분자가 어떤 움직임을 가지는지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물질 중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미있는 물질이 바로 드라이아이스랑 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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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드라이아이스

 

 

먼저 드라이아이스를 얘기해볼까요? 아이스크림을 살 때 같이 포장해주는 드라이아이스를 본 적이 있죠? 아이스크림 상자에서 드라이아이스를 꺼내보면 하얗게 김만 생길 뿐 드라이아이스가 녹아서 바닥이 흥건해지는 일이 없어요. (아, 물론 드라이아이스를 담은 컵에 생기는 물방울은 전혀 해당 안됩니다^^) 

 

드라이아이스는 이산화탄소를 꽁꽁 얼린 것인 데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사는 대기압 조건에서는 온도에 따라서 고체와 기체 상태로 밖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온의 드라이아이스를 밖으로 꺼내면 이산화탄소인 기체로 바뀌는데. 이는 저온에서는 인력에 의해서 강하게 서로 고정 되어있는 이산화탄소 분자들이 에너지를 가지면 아예 멀어져 버리는 것이랍니다. 액체 상태로 작은 유동만 갖게끔 이산화탄소 분자를 조금 붙잡아 두기에는 대기압 조건은 압력이 약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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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물

 

 

이번에는 물을 얘기해볼게요. 상압에서의 물은 액체일 때보다 고체일 때 부피가 더 커지는 아주 재미있는 물질이랍니다. 물은 분자들이 서로 고정이 되는 고체 상태일 때 분자 사이의 거리가 액체일 때보다 조금 멀어지는 아주 독특한 성질이 있어요. 그래서 상압 주변의 얼음은 압력을 가하면 녹아서 물이 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를 어는점 내림 현상이라고 하는데, 압력이 높으면 물이 되려고 하기 때문에 얼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온도가 더 낮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물의 특징 때문에 강물 속에 생물들은 겨울에도 잘 지낼 수 있어요. 얼음의 부피가 물보다 더 크기 때문에 얼음은 물 위에 뜰 수 있고 겨울에는 강물이 표면부터 얼게 니다. 표면의 얼음은 그 자체로 보온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좀처럼 강 깊은 곳까지 얼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겨울철 겉보기엔 꽝꽝 얼은 강물 속에서도 물고기는 잘 살 수 있죠. (같은 의미로 강물이 꽁꽁 얼은 것처럼 보여도 함부로 올라가면 큰일납니다.)

 

 

05

상평형 그래프

 

 

방금 예를 들은 드라이아이스와 물을 비롯해서 모든 물질은 특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각각의 고유한 상태 특성을 갖습니다. 비록 형태는 유사하다 할지라도 구체적인 온도와 압력에 따른 정확한 상태는 각각의 물질마다 다르다는 뜻인데요, 이는 각 물질을 이루는 분자의 상호작용이 각 물질의 고유한 특성에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흔히 물질 별로 어떤 온도와 압력에서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 지를 그래프로 나타내어 표현하는데 이를 ‘상평형 그래프’라고 합니다. 위 그래프는 각각 드라이아이스와 물의 상평형 그래프를 간략히 나타낸 것입니다.

 

굳이 ‘평형’이라는 말을 써서 ‘상평형 그래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프에서 표시된 선이 바로 상의 평형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평형이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고 기체와 액체 사이의 선은 기체와 액체가, 액체와 고체 사이의 선은 액체와 고체가 공존할 수 있는 압력과 온도입니다. 또한 이러한 영역은 두 상태가 균형을 이뤄서 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물론, 기체와 고체 사이의 선은 기체와 고체가 공존하는 곳이지요.)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선이 만나는 점은요? 네, 맞습니다. 삼중점은 세 상태가 모두 존재할 수 있는 곳입니다.

 

 

06

액체와 기체 상태 간 평형

 

 

일상 생활에서도 평형은 쉽게 관찰할 수 있어요. 물을 끓일 때를 생각해보죠. 대기압 조건에서는 100℃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고 김이 나기 시작합니다. 김은 바로 물이 기체로 변한 것이고 이때 냄비에는 끓고 있는 물이 존재하고 있죠. 이것이 바로 두 상태가 공존하고 있는 거에요. 한동안은 계속 냄비를 가열해도 물이 끓는 기화열에 의해 100℃가 유지될 것이고 이 동안은 계속 물의 액체와 기체 상태 간의 평형을 관찰할 수 있어요. 

 

물이 완전히 끓어서 다 증발해버리면 어떨까요? 냄비의 온도는 비로소 100℃를 초과하게 될 것이고 물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됩니다. 바로 평형을 지나치게 된 것이죠^^

 

 

 (글: 한화토탈 심상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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