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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화학] 연금술과 근대화학Ⅱ(원소와 원자 이야기)

[월간 화학] 연금술과 근대화학Ⅱ(원소와 원자 이야기)

 

과학쿠키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쿠키’ 유튜브 채널 운영자)

✒️’월간 화학’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로 외부 필진의 화학 칼럼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이전 내용에서 우리들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품었던 ‘만물을 이루고 있는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따라가다 만나게 된 여러 학문에 관해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학문에서 파생된 기술, 여러 물질의 발견, 또 이를 위해 고안된 실험도구를 세상에 드러낸 연금술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봤죠. 

시대는 계속해서 흐르고,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데카르트, 뉴턴으로부터 도래하게 된 과학혁명의 영향에 의해서 수많은 자연철학자들이 기계론적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되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 데모크리토스가 주장한, 아주 작은 존재들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는 원자론이 다시금 부활하게 된 놀라운 일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로 지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죠.

▶연금술에서 원소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월간 화학] 연금술과 근대 화학

연금술과 근대화학 과학쿠키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쿠키’ 유튜브 채널 운영자) ✒️’월간 화학’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로 외부 필진의 화학 칼럼을 전해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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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시대적 맥락 속에서 과학자, 당시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자연철학자들은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원소를 어떻게 찾고, 분류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이에 해당하는 역사 이야기를 알아보겠습니다.


*기계론적 세계관: 세상이 우주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완벽한 조화로 설계된 하나의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고관

 

 

01

‘원자’를 인식한 보일과 ‘원소’ 개념을 확립한 라부아지에 

 

보일이 부활시킨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

중학교 교육과정을 거쳤다면 화학자 로버트 보일(1627~1691)의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그는 J자로 생긴 관을 활용해 토리첼리 진공을 만들어 기초 실험을 이행했고, ‘기체에 가해지는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을 실험적으로 규명하게 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당시 보일이 기체의 부피가 줄어드는 원인에 대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기체 입자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현대의 개념과 매우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는 점입니다. 이는 보일이 모든 물질이 작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며, 그동안 연금술에 의해 발견된 수많은 원소들이 작은 입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데모크리토스의 생각에 동의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교육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인물로서, 그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라부아지에가 확립한 ‘원소’의 개념

기존 4원소설을 대신하는 보일의 새로운 가설이 세간에 알려질 무렵, <<화학원론>>이라는 책을 통해 세상을 이루는 근본에 관한 생각이 본격적으로 오늘날의 형태와 같은 모습을 갖추도록 기여한 화학자가 18세기에 등장했습니다. 그는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공직자, 그리고 상당한 부를 쟁취했던 인물인, 앙투안 로랑 드 라부아지에(1743~1794)입니다. 라부아지에에 대해서는 정말 할 얘기가 많은데, 오늘 다룰 내용에서는 원소의 발견과 분류에 대한 업적만 다룰 것입니다.

라부아지에는 보일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생각한 가설에 대한 실험을 과감하게 이행한 자연철학자였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원소 분류 실험을 통해 탄생한 그의 저서, <<화학원론>>을 통해 그는 이전까지 굳게 믿어져 오던 4원소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세상을 이루는 물질의 기본 단위’이자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의미의 원소라는 개념을 최초로 확립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화학원론>>을 통해 라부아지에가 분류해 낸 원소 그룹에 따르면, 세상에 존재하는 원소들은 총 33종 4그룹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1그룹인 기체족과 2그룹인 산성족, 3그룹 염기족, 4그룹 염족으로 나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1그룹인 기체족의 분류에 ‘빛’ ‘열’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라부아지에가 빛과 열에 관해서도 상당한 흥미를 보이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들을 원소로 규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의 ‘열소(열의 원소)’에 관한 열정은 남달리 컸는데, 열에 관한 연구와 실험 방법, 실험 도구의 창안은 훗날 매우 중요한 학문인 ‘열역학’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02

돌턴의 ‘원자설’과 베르셀리우스의 ‘약식 원소기호’

  

돌턴의 주장으로 과학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원자설’

라부아지에의 연구 성과와는 별개로,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기상학자인 존 돌턴(1766~1844)또한 과학계 전체를 아우르는 큰 통찰을 제시합니다. 그는 당시 여러 화학 반응 실험을 통해서 나타난 가설, 즉 ‘모든 물질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로써 ‘원자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그에 따르면 라부아지에가 33종으로 분류한 원소는 물질의 종류를 분류하기 위한 가장 작은 기준이고, 이들은 모두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최소 단위의 입자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원자’라고 명명했죠. 돌턴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원자’라는 개념이, 데모크리토스의 유지를 이어받아 약 20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정식으로 과학계에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시대는 이제 원자와 원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에 관해 강한 반대를 외치는 과학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대 신진 과학자들은 돌턴과 라부아지에의 설명에 큰 매력과 합리성을 느끼고, 이후 계속해서 더욱 더 많은 원소들의 발견을 이룩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과학자들은 기존 33종 원소 분류 체계보다 더욱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획득하고 싶어해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베르셀리우스가 제안한 약식 원소기호 

돌턴의 원자설 이후, 그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시행된 다양한 실험들에서, 과학자들은 더욱 더 많은 양의 원소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들이 추가될 때마다 돌턴이 고안한 원소 분류, 표기법에 불만을 느끼는 과학자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중 대표적인 인물로서 스웨덴의 과학자인 야코브 베르셀리우스(1779~1848)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기호를 통해 원소를 표현하고자 했던 돌턴과는 다르게, 베르셀리우스는 오늘날까지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약식 원소기호’를 제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라부아지에의 33종 원소에서 빛과 열을 제외시키고, 새롭게 추가된 49종의 원소들의 비교 질량을 실험을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03

원소의 종류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자 했던 시도

 

 

세 원소 간의 비례 관계를 밝힌 되베라이너의 세쌍원소설

원소의 종류가 늘어났으니, 이들을 더욱 합리적인 테이블로 정리하고자 했던 과학자도 있었습니다. 독일의 화학자 요한 볼프강 되베라이너(1780~1849)는 ‘세쌍원소설’을 통해 실험적으로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을 묶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화학자들의 실험 결과에 의해 되베라이너는 이미 칼슘과 바륨, 그리고 스트론튬이 화합물이 되는 과정에서 상당히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되베라이너는 놀랍게도 이들 성질이 비슷한 세 원소들의 질량이 일정한 비율로 순차적으로 증가하며, 각 원소의 반응성도 질량의 비중에 따라 나뉜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또 다른 원소들에서도 이들 세 원소와 같은 비례적 관계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후 리튬-소듐-칼륨, 염소-브로민-아이오딘과 같은 몇 가지 짝원소들을 더 찾아내며, 점점 더 ‘세쌍원소설’에 관한 확신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세쌍원소설은 다른 원소들의 묶음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과학계의 냉담한 시선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8계단의 주기로 원소의 규칙을 밝힌 뉴랜즈의 ‘옥타브의 법칙’

이후에도 영국의 화학자 존 알렉산더 뉴랜즈(1837~1898)는 되베라이너의 세쌍원소설과 장 밥티스트 뒤마(1800~1884)의 유사 원소군에 관한 연구를 계승하여, ‘옥타브의 법칙’이라는 원소 분류를 위한 새 규칙을 마련했습니다. 원소를 상대적인 질량의 순서로 배열하여, 마치 음계와 같이 8계단 이후 원소의 특성과 주기가 돌아온다는 것에 착안하여 만든 이 규칙은 원소의 상대적 질량이 작은 집단에서는 잘 맞는 것처럼 보였으나, 상대적으로 질량이 큰 원소로 나아갈수록 규칙이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그의 규칙 또한 역시나 과학계의 달가운 시선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세상을 구성하는 ‘원자’와, 이들 ‘원자’의 종류인 ‘원소’가 여러 실험적 배경을 토대로 꾸준히 발견됨을 통해 이들을 합리적으로 분류해야 할 필요성과 이에 관한 다양한 노력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꽤나 그럴싸하면서도 깔끔한 몇 가지의 분류 후보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과학자들은 이들의 분류법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죠. 과연 이들은 모두가 동의할 만한 합리적인 분류체계를 얻어낼 수 있었을까요? 다음 화학사 이야기는 화학사 전반에 걸쳐 손에 꼽을 만큼 큰 업적들 중 하나인, ‘주기율표’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들고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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