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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소중한 한 표를 위한 화학

대통령 선거가 3월 9일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사전투표가 시작되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는 과연 누가 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후보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 ‘투표용지’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우리가 무심결에 사용하고 있는 이 투표용지에는 알고 보면 많은 화학 기술이 숨겨져 있답니다. 지금부터 투표용지의 변천사와 투표용지가 우리 손에 오기까지의 화학 이야기를 알아보러 떠나봅시다! 고고고! 

 

 

01

도자기, 야자수 잎, 나무 조각 그리고 종이까지

   

 

인류 역사상 최초의 투표는 고대 도시 아테네에서 시작이 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독재자가 될 위험이 있는 인물이 나타나면 도자기 파편에 그 사람의 이름을 각자 새겨 내고, 가장 많은 이름이 적힌 사람은 추방시키는 제도가 있었는데요. 이 제도는 도자기 파편으로 추방시키는 제도라 하여 ‘도편 추방제’라고 불렸습니다. 


한편 고대 인도의 타밀나두 지방에서는 지역 의회를 뽑는 데 야자수 잎을 투표용지로 사용하였습니다. 이 제도의 이름은 ‘쿠다볼라이’ 인데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 투표용지와 가장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밀나두 지방 사람들은 야자수 잎을 진흙 도자기에 넣어 득표수를 세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고대 로마는 어땠을까요? 로마는 기원전 139년부터 목조각 투표패로 자신이 뽑고자 하는 인물을 골랐는데요. 이후 중세에 접어들면서 1562년 로마 교황 비오 4세는 추기경 회의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할 때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한 명만 작성하도록 투표용지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자기 파편, 야자수 잎, 목조각, 종이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투표용지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왔네요.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종이 투표용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계셨나요? 투표용지는 일반 종이와 구별되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선거 투표 용지는 무효표 방지를 위해 잉크 번짐이 생기지 않고, 정전기로 인한 기계 오작동을 줄이고, 이물질 없이 깨끗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내구성과 강도를 유지하는 제지로 만들어진답니다. 

 

 

02

종이 제조에 담긴 화학

  

출처: Springer Nature 

 

투표 용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종이의 원재료인 나무는 크게 셀룰로오스(Cellulose)와 리그닌(Lignin)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종이를 만들기 위해선 나무에서 셀룰로오스만을 분리하고 리그닌을 제거해야 합니다. 리그닌은 나무를 단단하게 하는 구조 물질로 목재에 15~30% 가량 포함되어 있는데요, 나무의 세포벽 구성에는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종이를 만들 때는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이때 황산 또는 아황산을 사용해 리그닌의 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환시켜 알칼리에 녹을 수 있도록 한 뒤 알칼리 수용액으로 녹여 냅니다. 그리고 나머지 셀룰로오스 올을 물에 분산시킨 뒤, 촘촘한 체를 담갔다 꺼내서 물을 걸러냅니다. 이렇듯 여과 과정을 거쳐 체에 걸러진 고체를 말리면 종이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건조 이후에도 섬유 올들이 서로 잘 접착될 수 있어야 종이가 찢어지지 않는데요,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결합제입니다. 예로부터 쓰여왔던 송진, 명반(황산알루미늄)이나 이후 개발된 중성 결합제 등이 셀룰로오스 섬유 올끼리 서로 잘 엉켜 붙을 수 있도록 한답니다.  

 

 

03

새하얀 투표용지의 비밀, 가성소다

   

 

그런데 이 방법만으로는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하얀 종이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목재를 갈아서 뽑아낸 펄프는 갈색을 띠기 때문에 용도에 따라 흰 종이로 만들기 위해서는 표백처리가 필요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가성소다인데요, 가성소다를 이용해 3~5단계의 표백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은 흰 종이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가성소다는 수산화나트륨이라고도 불리며 화학식은 NaOH입니다. 수산화나트륨은 부식성이 강해 가성(苛性)소다라고 불리지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양잿물이 바로 이 수산화나트륨의 희석액을 뜻하는 것이랍니다. 가성소다는 화학식명만 보면 화학물질인 것 같지만, 사실 소금물을 전기분해하여 제조한 천연물질입니다. 


가성소다는 종이 표백과 함께 원하는 발색과 광택효과를 높여주는 약품이 잘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해 종이의 질을 더욱 향상시켜주기도 합니다. 또한 강한 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에 주로 비누나 청소용제, 세제 등에 쓰이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04

르블랑 공정으로 세상을 하얗게! 깨끗하게!

   

 

가성소다가 없었다면 우리는 흰 종이를 쓰기 어려웠을 텐데요, 가성소다를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18세기 말 프랑스의 의사이자 화학자였던 니콜라 르블랑(Nicolas Leblanc, 1742~1806)의 숨은 노고가 있었답니다. 


당시에는 개인위생이 발달하지 않아 전염병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또한 면직물의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 천을 표백하는 등 화학적 처리에 대한 수요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프랑스의 과학아카데미가 공개경쟁 형태로 세탁 소다인 탄산나트륨을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상금을 걸고 공모를 내걸었습니다.


10년 간 미제로 남아있던 공모과제를 르블랑이 도전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소금(NaCl)에 황산(H2SO4)을 섞어 황산나트륨(Na2SO4)과 염화수소(HCl)를 만들었습니다.  

 

2NaCl + H2SO4 → Na2SO4 + 2HCl

 

이렇게 얻어진 황산나트륨에서 황(S)과 산소(O)를 떼어내고 나트륨을 탄산나트륨으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 르블랑은 5년간을 더 연구하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황산나트륨(Na2SO4)을 목탄으로 가열하면서 석회석(CaCO3)을 집어넣게 되는데 검은 재가 탄산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Na2SO4 +CaCO3 + 2C → Na2CO3 + CaS + 2CO2


소금에서 탄산나트륨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르블랑 공법’을 발견한 순간이었죠. 이 공법은 향후 50년동안 섬유, 비누, 유리, 제지 산업에서 간단하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세탁 소다를 생산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르블랑 공법이 인류의 발전은 한 걸음 더 당겨준 셈이 되었죠.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가 담긴 투표용지! 투표용지 안에 담긴 화학 기술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요. 투표용지가 여러 화학 공정을 거쳐오기까지 역사와 원리도 중요하지만 투표용지가 제작되는 목적이 가장 중요하겠죠? 투표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명확하고 강력한 방법입니다. 유권자 여러분 모두 투표하시는 것 잊지 마세요!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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