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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눈물 찔끔, 코로나19 PCR 검사에 담긴 원리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 음성임을 안내드립니다.”

 

코로나 선별진료소를 찾아 눈물 찔끔나는 매움을 견디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기다려본 경험, 한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시 시들해지는가 싶더니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벽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함과 걱정은 ‘상상 코로나’라는 심리를 자극하기도 하는데요, 목이 칼칼하거나, 머리가 지끈거리기만 해도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죠.


코로나가 의심될 때 집보다 더 먼저 찾는 곳이 선별진료소입니다. 코 깊숙이 쑥 들어가는 면봉의 길이에 긴장하는 것은 비단 어린아이들뿐만은 아닐 겁니다. 오늘은 어디서든 빠르게 코로나 감염 여부를 가려낼 수 있게 하는 PCR 검사가 어떻게 바이러스를 가려내는지 그 면봉 끝에 담긴 원리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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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PCR, 명탐정이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지게 하는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소재가 있죠. 바로 ‘출생의 비밀’입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지가 담긴 봉투, 인물들의 확대되는 동공과 비장한 배경음악은 궁금증을 한껏 고조시키고 끝을 맺어버리곤 하는데요, 이렇듯 PCR 검사는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로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려 33년만에 화성연쇄 살인사건의 진범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참전용사의 유골을 가족의 품에 돌려보낼 수 있게 하는 데에도, 인류 진화의 역사나 질병을 연구하는 데에도 유전자를 이용한 PCR 검사가 쓰인답니다.


이렇듯 미스터리와 수수께끼가 있는 곳에서 비밀을 풀어내는 탐정의 역할을 하는 PCR의 공식 명칭은  ‘유전자증폭기술(Polymerase Chain Reaction)’ 입니다. 특정 DNA를 극소량만으로도 수만 배 이상 대량 증폭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유전자를 고온에서 이중나선으로 풀어, 낮은 온도에서 단계적인 중합반응*을 이끌어내므로 ‘유전자 중합효소 연쇄반응’이라고도 합니다.


*중합반응: 화학반응을 통해 단위체(monomer)가 2개 이상 결합하여 분자량이 큰 화합물을 생성하는 반응

 

 

02

PCR은 ‘3요소가 3단계를 반복’하는 원리!

  

 PCR은 쉽게 말해 ‘특정 DNA의 양을 대폭 늘리는 것’으로 증폭대상, 프라이머, 효소의 3가지 요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증폭대상’ 이란 머리카락, 혈액 등 유전자가 담겨있는 물질을 말합니다. ‘프라이머’는 검출을 원하는 특정 DNA 정보를 지닌 짧은  절편으로 여러 유전자 가운데 특정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추출하는데 쓰입니다. ‘효소’는 유전자 증폭을 위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촉매 역할을 합니다. 


PCR은 변성(Denaturation)-결합(Annealing)-신장(Elongation)의 세 단계를 한 주기로 반복하게 되는데요,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DNA는 기본적으로 이중나선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열을 가하면 두 가닥이 서로 떨어집니다. 이를 ‘변성’이라고 합니다. 분리된 각각의 가닥에 프라이머를 넣고 열을 내리면 프라이머가  DNA 가닥에 붙게 되는데 이 과정을 ‘결합’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중합효소를 넣고 온도를 다시 높여주면 프라이머가 붙은 위치에서부터 한 가닥으로 쭉 자라납니다. 이를 ‘신장’의 단계라고 합니다. 


이 같은 주기를 한번 거치면 원래 형태와 똑같은 형태 2개가 생깁니다. 이 과정을 한번 더 반복하면 4개, 한번 더 하면 8개가 되겠죠. 이 ‘중합효소 연쇄반응’을 n회 반복하면 DNA 개수는 2n개로 증가하고 30회 가량 반복하면 십억개의 DNA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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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증폭량을 확인할 수 있는 Real-Time PCR 

   

그럼 이렇게 불어나는 DNA와 바이러스 진단과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요?


사람에게는 약 30억 쌍의 DNA가 있기 때문에 이 중 필요한 특정 DNA를 찾기는 매우 어렵기도 하고 찾는다고 하더라도 양이 너무 적어 식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 PCR 기법을 통해 특정 바이러스가 지닌 유전정보를 선택적으로 찾아 충분한 양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늘어난 양은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학자들은 PCR 한 주기가 반복될 때마다 생기는 결과물의 DNA에서 형광물질이 나오도록 하는 방식을 고안해냅니다. PCR 횟수가 반복될수록 이 형광물질의 양은 더 많아지겠죠. PCR  반복횟수에 따른 형광의 세기를 모니터링하여 증폭 정도를 확인하는 이러한 방식을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반응(Real-time PCR)’이라고 합니다.


이때 특정 기준선을 중심으로 연쇄반응이 반복되는 횟수를 CT값(Cycle Threshold)라고 하는데, 위 그래프에서 A는 CT값이 10이고, B는 CT값이 25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CT값이 적을수록 바이러스의 양이 많은 것인데요, 즉 유전자 증폭을 적게 해도 해당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많이 검출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감염병 바이러스의 CT값이 16이라고 가정한다면 이보다 더 적은 CT값을 보유한 A는 양성, B는 음성 판정을 받게 됩니다.


보통 코로나바이러스는 35~40사이의 CT값을 기준으로 음성과 양성의 유무를 판정하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에 있는 특정 DNA를 추출해 증폭하였을 때 35~40보다 CT값이 적게 나오면 양성, 많이 나오면 음성으로 판정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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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비밀을 풀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PCR

   

(출처: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유전자 복제를 대량으로 가능케 해 생명공학의 큰 발전을 가져온 PCR기법은 미국의 화학자 ‘캐리 멀리스’가 고안해냈습니다. 다른 학자들이 유전자 복제를 위해 특정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 멀리스 박사는 특정 유전자의 양을 증폭시키는 역발상적인 방식을 통해 큰 업적을 이루게 됩니다. PCR 기법은 오늘날 쓰이지 않는 연구실, 병원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인간 유전자 서열을 밝히는 ‘게놈 프로젝트’ 역시 PCR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멀리스 박사는 199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PCR 기법은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주목받게 되는데요, 특히나 실시간 PCR 검사방식은 한국에서 최초로 사용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으며 전세계로 확산되기도 하였습니다. 기존 24시간이 소요되던 PCR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실시간 PCR 방식은 6시간 내에 95%의 정확도를 지녀 초기 확진자를 빠르게 진단해냈습니다. 일부 단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다른 진단 방식에 비해 가장 신속하고 정확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인정하였던 것이죠. 


오늘은 PCR 검사에 담긴 원리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는데요, 코에 쑥 들어갔던 면봉에서 나의 유전자 정보를 채취해 PCR 기법으로 증폭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여부를 판정하는 과정이 조금은 이해 되셨나요? 바이러스를 발빠르게 감지해 확산을 막는 PCR의 발견도 위대하지만, 겨울철 한파에도, 여름철 무더위에도 어김없이 코로나 선별진료소와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무의미했겠죠? 최전선에서 코로나라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지속중인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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