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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혼합물을 분리하는 크로마토그래피, 석유화학에서는 어떻게 쓰일까?

어릴 적 과학 시간, 검은 사인펜으로 점을 찍은 분필을 물이 담긴 샬레(유리로 만든 납작한 원통형 용기) 위에 세워놓으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분필이 물을 빨아들이면서 사인펜으로 찍은 점이 여러 색으로 분리되는데요.

이 실험은 오늘 우리가 알아볼 크로마토그래피의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 그럼 크로마토그래피가 무엇인지 알아보러 함께 떠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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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색의 기록, 크로마토그래피

   

크로마토그래피(Chromatography) 여러 분자가 섞인 혼합물을 각각 분리하는 분석 기법입니다. 현대 크로마토그래피는 1900년대 초반, 러시아의 식물 생화학 연구자인 미하일 츠베트(Mikhail Tsvet)가 잎으로부터 엽록소를 분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는데요. 식물의 다양한 색소를 분리하는 데 처음 사용되었기 때문에 색을 뜻하는 그리스어, ‘chromatos’와 기록을 의미하는 ‘graphein’이 결합되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크로마토그래피는 크게 세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일단 분석의 대상이 되는 시료가 있고, 시료를 이동시키는 이동상, 그리고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고 시료 및 이동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정지상이 있습니다. 이동상이 시료와 함께 정지상 표면을 이동하면서 정지상과 시료가 상호작용을 하며, 그 세기에 따라 혼합물이 분리되는 것입니다.

 

 

02

석유화학에서의 크로마토그래피, 미리보기

  

앞서 크로마토그래피는 크게 시료, 이동상, 그리고 정지상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여기서 크로마토그래피는 정지상에 따라 칼럼 혹은 평면 크로마토그래피, 이동상에 따라 기체나 액체, 혹은 초임계 유체 크로마토그래피로 구분됩니다. 오늘은 이 중 석유화학에서 사용되는 칼럼 크로마토그래피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칼럼 크로마토그래피는 칼럼이라고 불리는 긴 원통 형태의 관에 정지상을 넣어 사용하는 방법인데요. 칼럼에 고체 정지상 입자들을 채워서 사용하는 것은 충전 칼럼, 칼럼 내벽에 액체 정지상이 코팅되어 있어 그 중심부가 비어 있는 것을 열린 관 칼럼이라고 합니다. 이 중 열린 관 칼럼이 주로 사용되는데요. 그 이유는 열린 관 칼럼이 분리도와 감도가 높고, 분석 시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적은 양의 시료만 사용해도 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라고도 알려진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는 시료를 기체 상태인 이동상에 주입하여 분리하는 방법입니다. 시료가 주입될 때 기화되어 분리관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시료의 휘발성이 필요합니다. , 보통 온도에서 액체가 기체로 되어 날아 흩어지는 성질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03

석유화학에서의 크로마토그래피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이하 GC) 분석장치는 기본적으로 질소(N2), 헬륨(He)과 같이 다른 원소와의 화학 반응성이 낮은 불활성 기체를 이동상으로 사용하고, 수십 미터 길이의 모세관을 정지상 칼럼으로 사용합니다. 이 칼럼 내부 표면은 분석목적에 따라 다양한 물질로 코팅되어 있습니다. 시료가 GC로 주입되면 이동상 가스와 함께 칼럼 내부를 통과하여 분리됩니다. 그 후, 검출기에서 신호로 전환되어 각 혼합물의 정량 분석*을 진행하게 됩니다.

석유화학 공장에서 GC는 공장 원료 내에 파라핀(Paraffin), 올레핀(Olefin), 나프텐(Naphthene), 방향족(Aromatic) 성분 등이 어떤 비율로 있는지 확인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를 각 그룹의 앞 글자를 따서 PONA 분석이라고 하는데요, 원료의 PONA 비율을 알 수 있으면 후단 공정의 제품이 어떻게 생산될지 예측할 수 있답니다.

또한, GC는 석유화학 제품의 순도를 측정할 때도 사용하는데요. 불순물의 함량을 100만분율 단위인 PPM 수준까지 검출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가벼운 물질은 빠르게, 무거운 물질은 느리게 검출되는 원리를 이용하여 혼합물의 끓는점 분포를 확인하는데도 GC가 사용됩니다.

*정량 분석: 시료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성분의 양을 구하는 분석법

 

 

04

정당한 승부를 위하여

   

오늘날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얼마 전, 우울한 코로나 시국에 한 줄기 빛과도 같았던 2020 도쿄 올림픽, 기억하시나요?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한국과 브라질의 여자 배구 경기를 앞두고, 브라질 선수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에서는 모든 선수가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도핑테스트를 실시하는데요, 여기서도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이 활용됩니다.

사람의 호르몬은 특정한 양을 넘길 수 없고, 일정한 비율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따라서 선수의 소변이나 혈액 샘플에 포함된 호르몬을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을 활용하여 분리하여 그 양과 비율을 분석합니다.



지금까지 크로마토그래피에 대해서 알아보고 석유화학 분야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어렸을 때 재미있게 하던 과학실험이 실제 우리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다음에는 더욱 유익한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글 : 한화토탈 에너지연구팀 서한욱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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