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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공룡의 눈물, 석유의 기원을 찾아서

안녕하세요, 블로그 지기입니다. 호기심 왕성하던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공룡 박사가 되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공룡은 시대를 넘어 어린이에게 늘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인데요. 오늘날 석유는 공룡 화석으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석유를 남긴 것이 공룡이 아니라고 한다면?! 오늘은 호기심 가득한 동심으로 돌아가, 석유의 기원을 찾는 모험을 떠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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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석유는 공룡이 아니었습니다

   

경남, 고성, 전남, 해남, 여수 그리고 화순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동안 수많은 공룡 발자국과 공룡 알, 공룡 뼈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한반도는 세계적인 중생대 화석의 보물창고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항간에서는 ‘한반도에 서식했던 공룡들은 어째서 중동과 같은 주요 산유국의 공룡들처럼 석유를 남기지 못했느냐’는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시했던 상식과 달리 사실 공룡은 죽어서 석유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왜 ‘공룡 화석이 석유가 되었다’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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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공룡=석유’라는 오해의 시작은 18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과학자, 미하일 로모노소프(Mikhail Vasilyevich Lomonosov)의 ‘죽은 공룡 가설’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가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석유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로 확고한 지지를 받아왔는데요. 석유의 추정 생성 시기가 중생대로 맞아떨어진다는 점, 석유가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유기 화합물이라는 점 등 당시 과학 수준에서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20세기 초반 미국의 석유회사인 싱클레어 오일사(Sinclair Oil Corporation)가 추진한 마케팅 파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초식공룡인 아파토사우루스를 회사 로고 하단에 큼지막하게 그려 넣고 공룡 전시회를 후원하는 등 다방면의 공룡 마케팅 활동을 펼쳤습니다.

앞선 이유로 ‘공룡=석유’라는 인식은 대중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데요. 물론, 미하일 로모노소프나 싱클레어 오일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오해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과학적 근거 상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달라졌을 뿐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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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왜 석유가 되지 못할까

   

오늘날 가장 유력한 학설인 유기 기원설에 따르면, 석유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산소가 차단된 상태에서 다량의 유기물을 함유한 생물의 사체가 일정한 곳에 쌓여 퇴적돼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공룡을 비롯한 육상동물은 퇴적되기 전에 부패가 먼저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소가 차단된 상태로 퇴적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천지가 뒤집히는 지각변동이 일어나 지표면이 산소와 분리되는, 아주 특별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 이상 공룡은 석유의 기원이 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근거로는 2018년 발표된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가 있는데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 1조 6,966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데, 이만한 양의 석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룡이나 육상동물의 유기물 함량으론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 외에도 석유가 나는 유전을 형성하기 위한 여러 조건을 고려해보면, 공룡 화석이 석유가 되는 일은 거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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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석유의 기원은 누구일까

   

그렇다면 현재까지 발굴된 사실을 바탕으로 밝혀낸 진짜 석유의 기원은 무엇일까요? 중생대 기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지구는 왕성한 화산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의 농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는데요. CO2의 농도가 높을수록 기온은 올라가는데, 자연스레 해수면과 수온도 함께 높아지게 됩니다. 수온이 높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물이 따뜻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수중에 함유될 수 있는 산소의 양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로써 산소가 차단된 상태에서 퇴적이 이뤄져야 한다는 석유 생성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죠.

막대한 유기물 함량을 갖춘 생물이라는 조건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생명체들인데요. 유기 기원설은 이러한 조건 아래서 수중에 서식하던 식물성 플랑크톤과 단세포로 된 가장 하등한 원시적 동물인 원생동물들이 석유의 기원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지금까지 한반도 공룡에게 씌워진 억울한 누명을 풀고 석유의 기원을 찾아보는 모험을 끝마쳤는데요. 유익한 시간이었나요? 이렇듯 궁금한 의문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다 보면, 우리는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인류를 위한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지금껏 앞으로 나아 온 것처럼 말이죠. 다음에는 더욱더 흥미로운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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