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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화학] 연금술과 근대화학Ⅲ(원소와 주기율표 이야기)

[월간 화학] 연금술과 근대화학Ⅲ(원소와 주기율표 이야기)

 

과학쿠키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쿠키’ 유튜브 채널 운영자)

✒️’월간 화학’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이야기로 외부 필진의 화학 칼럼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19세기는 여러모로 가장 인상 깊은 과학의 발달을 가져온 시기입니다. 약 100년 간의 시간 동안 화학과 물리학은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것들에 관한 호기심을 크게 확장시켰습니다. 화학의 연구 대상인 ‘물질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물질의 움직임’에 대한 학문인 물리학이 유용한 도구가 되었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습니다. 자석이 서로 당기는 힘, 전기가 서로를 미는 힘이 물질을 이루는 작은 퍼즐들의 조립을 위한 힘이었다는 사실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죠. 

 

연금술에서 시작된 만물의 본질에 관한 탐구가 원소와 원자의 개념을 확립하게 했음을 지난 1편, 2편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그러한 원소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나중에는 창조의 영역까지 이를 수 있게 되었는지 세 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01

자연을 구성하는 퍼즐 ‘원소’와 완성된 퍼즐판 ‘주기율표’ 

   

자연을 구성하는 퍼즐의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현대 과학이 발견해 낸 종류들까지 합치면 약 118개로 이루어져 있죠. 이들은 실제 블록과 같이 완전히 밀착하여 조립되지는 않습니다.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마치 자석이 서로를 밀고 당기는 힘이 있듯, 같은 종류의 힘으로 차곡차곡 쌓입니다. 


어떤 물질들은 다른 물질들을 붙일 수 있는 수많은 연결다리를 가지고 있어서, 여러 물질들을 붙여가며 새로운 특성의 물질을 만드는가 하면, 줄줄이 붙어 긴 사슬을 만들기도 합니다. 또 어떤 물질들은 그 어떤 퍼즐도 허락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존재하는 독불장군 같은 녀석들도 있죠. 


이와 같은 다양한 퍼즐들은 연금술의 시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도구들을 통해, 근대 과학의 탄생 시기인 16세기부터 꾸준히 발견되어 화학 혁명의 시기인 18세기에 이르러,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 체계가 얼마나 뛰어났냐면, 정리된 표의 특성을 단지 아는 것만으로도 표 위에 위치하는 퍼즐조각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표를 보는 방법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유추해낼 수 있을 정도였죠. 여기서 말하는 퍼즐 조각을 우리는 ‘원소’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것을 정리한 표를, ‘주기율표’라고 부르죠.

 

02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원소 배열에 성공한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를 최초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화학자는 러시아 태생의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1834~1907)입니다. 뉴랜즈의 옥타브 법칙에 영감을 받은 그의 원소 분류 연구는 수많은 노력 끝에 1869년 3월 6일, 러시아 화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으로서 결실을 이루게 됩니다. 논문의 주제는 다름 아닌, ‘새로운 원소의 배열방법에 관한 합리적인 방법’이었죠.


그가 원소를 분류하기 위해 마련한 근거는 총 8가지였습니다. 이들의 내용 중 대표적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원소 질량으로 정렬된 원소들은 비슷한 특성의 주기를 가진다. 둘, 비슷한 특성을 가진 원소들은 원소의 질량이 닮은 것이 아닌, 규칙적으로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 셋, 원소들의 질량 순으로 순차적으로 배열된 원소들은 소위 원자가라는 특성에 의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들을 포함한 총 8가지의 분류의 근거는 세쌍원소설이나 옥타브 법칙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수한 화학자들에 의해 충분히 많은 시간 동안 집요하게 검증되었습니다. 수년 간의 검증, 그리고 활용은 자연스레 화학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에 충분했죠. 

 

 

03

미지의 새로운 원소를 예측 가능케 한 주기율표의 가치

   

라부아지에로부터 계승된 원소에 관한 합리적인 분류법은 되베라이너의 세쌍원소설도, 장 밥티스트 뒤마의 유사 원소군도, 그리고 뉴랜즈의 옥타브 규칙도 아닌,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였습니다.


주기율표가 여타 다른 분류법과 비교하여 도드라지게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분류표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어느 하나의 특징 덕분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원소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원소에 대한 예측에 있습니다. 


과학의 가치는 우리가 아는 것으로부터 모르는 것을 찾아나간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것은 매우 유용한 특성으로 여겨볼 수 있습니다. 미지의 원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통해 태양이 품고 있는 새로운 미지의 행성을 예언하고, 예측하여 찾아냈던 발견과 그 위대함의 크기가 비슷합니다. 해왕성을 예측하여 찾아낸 물리학자들처럼, 이제 화학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못한 미지의 원소들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해냈습니다. 이것은 화학이 모르는 것을 예측하고 발견해 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멘델레예프가 공백으로 남겨두고 앞으로 발견될 것이라고 예측한 원소들이 이후 차례로 새롭게 발견되었는데요. 현재 게르마늄, 갈륨, 스카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원소들이죠. 이로써 미발견된 원소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주기율표가 갖는 힘이 입증되었습니다.

 

 

04

더욱 정교화된 현대의 주기율표와 현대판 현자의 돌 

   

다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주기율표는 멘델레예프가 처음 고안하고 제시했던 주기율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 물리학자들은 화학자들이 꾸준히 의문을 제기했던 물질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관한 궁금증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아주 작은 세계에서 작동하는 물리학적인 원리를 탐구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었는데,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얻어낸 하나의 성과가 바로 물질을 이루는 퍼즐인 ‘원소’의 기본 물질, 즉 원자의 비교 질량을 구해낼 수 있는 능력을 얻어낸 것입니다. 이것을 ‘원자량’이라고 부릅니다. 


원자량의 개념이 확립되고 난 뒤, 조금 더 주기율표를 규칙적으로 배열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원자의 구조를 연구하던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제자들 중 한사람인 헨리 모즐리(1887~1915)에 의해 제시되었습니다. 전이원소와 악티늄족, 란탄족 등을 이루는 원소들 대부분은 모즐리에 의해 등재되었죠. 현대의 주기율표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주기율표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작은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러 대형 실험도구들은 고대 연금술이 성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원자의 창조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제 더 이상 원소는 발견이 아닌 창조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었죠. 20세기, 과학자들은 과거 연금술사들이 찾아내지 못했던, ‘현자의 돌’을 찾아낸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진짜 돌의 형태가 아닌, ‘입자 가속기’라는 이름의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도구였지만 말이죠.


지금까지 물질의 근원을 탐구하는 아주 작은 세계의 비밀을 알아보았습니다.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퍼즐들의 세상이 조금 더 궁금해지셨다면, 저의 이야기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학쿠키와 함께하는 화학사 시리즈는 여기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종합 케미칼 & 에너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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