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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LOG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 석유화학 공정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간단한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기름을 원료로 사용하는 정유·석유화학 공장에도 물에 녹는 수용성 물질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의 액체들이 같은 공정 안에 공존할 수 있을까요? 만약 공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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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 섞이지 않는 두 액체의 공존

   

 

일반적으로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진 수용성 액체와 기름과 잘 섞이는 유기용매 물질은 잘 섞이지 않습니다. 이를 실생활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샐러드드레싱인데요. 발사믹 드레싱을 오랫동안 가만히 놔두면, 물층은 가라앉고, 올리브유는 위로 떠올라 두 층으로 나누어지게 되죠!

석유화학 공정 과정에서도 샐러드드레싱처럼 서로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을 가진 여러 액체가 공존할 수가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하나의 공정에 물(수용성 액체)과 기름(유기용매)이 섞여 있을 경우, 공정을 운용하는 장치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치가 부식되거나 막히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물 성분과 기름 성분을 분리해 공정을 진행하는 하는 편이 좋은데요. 그렇다면 두 성분을 어떻게 분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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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층으로 나뉜 기름과 물 분리하기

  

 

물과 기름을 분리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장치는 무거운 물은 아래로 가라앉고 가벼운 기름은 위로 뜬다는 간단한 원리를 직접 이용하고 있습니다. 샐러드드레싱과 다른 점이라면, 이 장치의 왼쪽에서는 물과 기름이 섞인 혼합물이 계속 유입된다는 점입니다. 처음 유입된 혼합물은 오른쪽으로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두 개의 층으로 나누어지게 되고, 장치의 오른쪽 끝 하단에서 물 성분을, 오른쪽 끝 상단에서 기름 성분을 분리해 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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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물과 기름을 섞어, 다시 분리한다?

   

 

하지만 단순히 공정에 존재하는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떤 목적을 위하여 일부러 수용성 액체인 물과 유기용매인 기름, 두 액체를 섞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두 물질을 의도적으로 섞는 이유는, 한 가지 액체 안에 존재하는 물질을 추출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원유 내 포함된 염분을 제거하기 위한 장치가 있는데요. 땅속에서 추출한 원유에는 기름 성분 외에도 각종 염분, 수분 등의 불순물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성분들을 제거하지 않고 바로 원유를 처리하는 공정을 진행하면, 염분에 의해 장치 부식이나 마모 등의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원유 처리 공정에 앞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은 필수인데요. 바로, 기름에 물을 섞어 불순물을 없앨 수 있습니다. 염분 등은 기름보다 물에 훨씬 더 잘 녹기 때문에, 기름에 물을 잘 섞어주면 물에 녹아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불순물이 녹은 물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기름층과 분리되기 때문에, 이를 장치의 아래쪽에서 받아 내 제거해 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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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의 물질로 두 종류의 액체 분리하기

   

 

앞선 공정에서는 기름 내의 불순물을 물을 이용해 제거하는 장치를 소개하였지만, 사실 섞이지 않는 두 종류의 액체와 두 액체 중 한 가지 액체에서만 훨씬 더 잘 녹는 물질이라는 조건만 성립한다면 이 같은 원리는 훨씬 더 다양한 경우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순도의 아세트산을 생산해야 하는데, 아세트산이 물과 섞여 있어서 두 액체를 분리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그중 한 가지 방법은 두 액체가 섞인 혼합물에 제3의 액체인 에틸 아세테이트(ethyl acetate)를 섞어주는 것입니다. 에틸 아세테이트는 마치 기름처럼,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액체인데요. 동시에, 물보다 아세트산을 더 잘 녹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 액체를 ‘추출탑’이라는 장치에 넣어주면 에틸 아세테이트와 물은 층이 나뉘게 되고, 동시에 물속에 녹아있던 아세트산이 에틸 아세테이트로 녹아 나오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탑의 위쪽에서 에틸 아세테이트와 아세트산의 혼합물이 나오면 다시 두 물질을 쉽게 분리하여 순수한 아세트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에서 아세트산을 직접 분리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직접 분리하는 방식도 물론 가능하지만, 에틸 아세테이트라는 제3의 물질을 사용해 앞서 설명한 방식으로 아세트산을 얻을 경우 더 안전하고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운전이 가능하답니다.


오늘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간단한 원리가 석유화학 공정에서 다양하게 응용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식탁 위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화학의 원리를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석유화학 장치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더 흥미로운 석유화학과 과학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글 : 한화토탈 공정연구팀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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